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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국 엄마달팽이 Dec 30. 2020

철학, 수학, 천문학 다 같은 거야, 레오나르도 다빈치

무지해도 무지무지 신나는 날

사랑에 대해 설명하는 에리히 프롬을 만나고 있던 중이었다. 그가 ‘신에 대한 사랑’ 파트를 말하려 했고 나는 생략하고 다음 파트로 넘어가려던 중이었다. 그러다 글자 ‘노자’가 보여서 그 부분만 읽기로 했다가, 헉, 웬걸! 그냥 넘겼으면 큰일 날 뻔!

(대체 생략하고 넘긴 중대한 순간들은 내 인생에 얼마나 되는거여....?)



에리히 프롬이 내게 역설적 논리학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내가 살짝 좋아하는 노자, 도교의 역설적 사고의 특징을 설명해 주었다.

“무게는 가벼움의 뿌리이며, 정지는 운동의 지배자이다.”

“본래의 과정에 있는 도는 하는 일이 없고, 그러므로 하지 않은 일이 없다.”

“우리는 ‘사고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단계는 알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알면서도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최상의 앎이요, 모르면서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병이다.”

내가 사랑하는 소크라테스식 사고.

제대로 공부한 적은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철학 논리는 대게가 역설적 사고처럼 모순을 통해서 혹은 직관적 순서를 통과해서 관념을 지각하게 하는 것들이 많다. 뭐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같은 것도.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그렇게 역설적 논리학을 읽고, 그 논리적 흐름에 설득당해 즐겁던 그때, 그 순간, 고등수학이 떠올랐다. 참 거짓 명제, 삼단논법. 내가 왜 고것들을 좋아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무릎 탁!

레오나르도 다빈치!



홀로 유레카,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외치며 내 말(잔치) 동무, 남편을 부른다.

“너 왜 옛날엔 건축가가 수학자이면서 철학자이면서 천문학자이면서 예술가였는지 알아? 나 이제 제대로 알겠어! 난 이제까지 그 옛날 천재들은 원래 천재인데 모든 영역에 관심이 많고 깊이가 있어서 그냥 전부 다 결론적으로 잘하는 거라 생각하기도 했었거든? 또 학문이 사실 전부 그 뿌리는 인간이고 자연이고 나아가 추가적으로 신에 대한 거니까 ‘결국 시작이 같고 결국 하나니까 뭐 다 같은 학문이지’라고 두리뭉실하게 혼자 생각했었거든.”

“근데 나 알 거 같아! 결국 진짜 다 같은 거였어! 철학 봐봐, 다 단어 놀음 같은 거잖아. 그 단어와 개념들이  이미 다 추상적인 놀이야. 사랑, 정의, 양심, 도덕. 그걸 실재하지 않는 표식인 언어로 설명하는데 꽤 순서(논리)에 잘 맞는 거잖아. 수학도 마찬가지야. 실재하지 않는 표식인 숫자들을 하나의 조건, 정의에 따라 전혀 이상함 없이 완벽하게 논리적으로 다시 잘 맞춰내는 거잖아. 숫자나 언어나, 다 상징적이고 실재하지 않는 건데 그걸 논리에 맞게 이어가면서 우린 다 설득당하는 거지, 설득의 고리가 완벽히 이어지니까! 언어로 놀고 숫자로 놀고, 결국 ‘논리적으로 완벽한 것’으로써 추상적인 놀이를 하는 것, 같은 거 아니겠어?”

“천문학, 예술, 전부 보이지 않는걸 하나의 완벽한 논리로 풀어내는 거지. 근데 다 완벽하게 풀어내지지, 왜? 모든 게 실재하는 인간 그리고 실재하는 우주에 관한 거니까, 실재하는 것은 결국 실재를 설명하는 원리가 존재해 있던 거지. 존재하니까 존재의 원리, 존재를 설명하는 그 공식을 발견하기만 하면 되는 거야. 결국 존재하는 걸 이야기하니까 논리적으로 다 맞을 수밖에!”

“모든 학문이 인간과 우주를 궁금해하는 것으로써 결국 다 통하게 되는거니까. 그때 그들은 그저  ‘논리를 깨우친 사람들’로써 설명되지 않았을까? 그런데 후세에 우리가 그걸 천문학자라 쪼개고 수학자라 쪼개고 철학자라 쪼갠 거 아닐까?”

갑자기 뭔 추상 발화냐 싶었을 거지만 나의 말동무는 의외로 설득당한 모양이다. 그게 더 놀라운 오늘.

“아~”

나는 추상적인 생각을 내 맘대로 하길 좋아하는 궤변론자이고 이 남자는 뼛속까지 공대생, 프로그래밍과 데이터 보안을 좋아하는 엔지니어다. 그런데 오늘 그런 남자가 철학(내 관심사)과 수학/건축(그의 관심사)이 같은 거라는 내 설명에 설득당한 것이다.



나는, 또 다른 방식의 ‘간단 설명’에 신이 나 잠자기를 포기하고 , 나아가 이 부끄러운 무지의 순간을 글로까지 새겨 남기고 있다.

그래도 괜찮다. 나의 무지는 또 밝혀졌을지 모르나 내 인생에서 나는 오늘, 누구의 설명도 없이 오로지 내 생각대로 그들의 천재성에 대해 설명하고(또 궤변?) 설레어, 무지무지 신나는 날이니까.

여기 이 브런치는 내 우주의 백과사전이다. 모든 사람의 사전이 아니니 내가 혹여 무언가를 좀 늦게 발견한 무식함이 드러났다 한들 뭐 문제 되랴.

Better late than never!

그리고

I am happy

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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