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고맙다, 내 친구로 있어줘서
“코로나 블루가 내게도, 결국엔 나도 무너뜨리는 건가”
남편에게 던진 말이다
그래, 용케 일 년을 잘 버텼지. 감사했는데, 그래, 더 감사하자, 이렇게 늦게 와준 거에 감사하자. 더 늦게 오면 안 되었느냐 징징거리지 말자.
어제 친구와 통화를 했다.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를 했다. 나는 친구가 물어 온 아이 키우는 이야기, 아이들 상담하는 스킬 등을 알려주었고, 친구는 나의 마음에 불편함이 온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그리곤 오늘, 친구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어제 이야기, 고마웠다고.
“ 뭐야 ㅋㅋㅋㅋㅋ니가 내 얘길 들어줘서 고맙지, 내가 뭘.
친구야, 어제 통화하고 괜찮아졌다고 말은 하고 끊었는데, 나는 아직 좀 더 흔들리다 제자리로 갈 건가 봐. 가끔 세상 아동학대 뉴스에 훅 쓰러지고, 내 머릿속의 계획들이 잘 안 풀려 쓰러지고. 그냥, 하고 있는 상담이나 잘하고 지내면 쉬울 것을, 뭘 더 기획하고 열심히냐, 마음이 흔들린다. 마음이 흔들릴 땐,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그 이유를 생각하면 잘 일어서 져. 그 시작의 이유를 기억해내면 다시 마음 챙기고 잘 걸어지지.
근데 요새 좀 잘 안된다 그것도. 꼭 국가대표선수들이 갑자기 운동하다 방황하는 것처럼. 잘 안되네. 뭔가가 좀 막힌 느낌이다. 어제 너한테 이야기하는데도 두서없더라. 꼭 투수가, 갑자기 모든 공이 직구로 안 들어가고 근육 뒤틀려 파울 날리는 그런 느낌. 내가 요새 좀 그렇다. 그래도 그냥 계속 감 안 잃고 자리 지키면서 공부하고 상담 열심히 하고 하는데, 뭔가 허공에 빠진 느낌이다 요새. 이상한 슬럼프인 거 같다.
그래도 달린다.
니가 달리니까.
널 생각하면 나도 달릴수 있어.
너라는 사람, 존재만으로 참.
그렇다고 니가 힘들지 않고 언제나 꿋꿋해서 좋다느니 그런 건 아니다. 괜히 나 땜시 더 열심히 산다 뭐 그런 건 하지 말그라이~
너 알다시피, 나는 쓰러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쓰러져도 일어나는 사람을 더 따르니까. 너는 그런 사람이여 내게. 고마브 친구.”
너와 내가 만나, 오랜 벗이 되어, 서로의 생의 시간들을 목격해주고 기억해주는 것에 언제나 감사한다. 고마워, 내 친구, 선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