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건 없어요, 완벽주의는 늘 구멍이 난다고요.

[스트레스-03] 할 일 많은 김 영희 씨에게

by 영국 엄마달팽이

완벽하게 모든 것을 깔끔하게 처리하고 싶은 욕구가 강해집니다. 정말 잘 해내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제한된 시간과 제한된 에너지를 가진 유기체예요. 완벽하게 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아마 아무것도 완벽하게 하지 못하는 것, 그것 하나뿐일 거예요.
‘모든 것을 알고 있지 않다’가 반박될 수 없는 최고의 진리인 것처럼요. (소크라테에에스!)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 하는 마음, 그렇게 마음이라도 먹고 일을 해야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해 내겠지,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순진하시군요. 그 마음을 먹으며 일을 하는 동안 내 안에서 무엇이 갉아먹혀 들어가는지, 알고 마음먹자고요.

완벽하게 일을 해내겠다고 마음먹는 것과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마음먹는 것은 같은 것이 아닙니다. ‘완벽’이라고 말하는 순간 이미 내 능력과는 상관없는 최종 결과치가 정해진 겁니다. 내가 가진 자원, 내가 도움받을 수 있는 주변 환경적 상황, 뭐 이런 건 안중에도 없는, 아주 비현실적인 최종 값을 설정해놓고 들어가는 겁니다. 비현실적이고, 독재적인 생각이죠, ‘완벽’을 만들어내라는 자신에 대한 요구.

‘완벽’이라는 말은 외로움 그리고 소진(지치게 만듦)과 항상 짝을 이룬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가 닿을 수 없다면요? 가끔 몸과 마음이 연약해지는 순간이 온다면요?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주변 환경의 변화가 끼어든다면요? 이 모든 순간마저도 무조건 상관없이 결과를 아름답게 만들어내라 강요하는 것, 독재자의 무기로 쓰이는 것이 바로 그 완벽이라는 겁니다. 민주사회에 살고 있으면서 자기 자신에게 독재라니요, 시대에 역행하는 이 태도, 어쩌시려고요.


완벽을 애쓰는 모든 사람들은 모두, 자기 안의 정신적 세계에서 무언가를 희생양으로 내어놓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안정, 여유, 평화로움, 즐김, 자유, 받아들임, 용서, 자비, 인간미, 너그러움, 관용, 포용, 이해, 공감, 사랑 뭐 이런 것들과 맞바꾸며 얻어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완벽하게 일들을 해내려는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그 일을 마친 후 얻을 삶에서의 자유, 즐김, 평화, 여유, 이해, 사랑, 공감, 이런 것 아니었나요? 그런데 그것을 내어주는 줄도 모르고 그 대가로 우리가 얻는 게 겨우 ‘완벽’이라니요...




우리 모두는 두려워합니다. 엉망이 될까 봐, 잃게 될까 봐,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을까 봐. 그래서 열심히 모든 일을 해내려 애씁니다. 하지만, 완벽과 함께 딱 붙어 다니는 또 하나의 모습이 있습니다.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음입니다. 전혀 다른 두 개는 사실 너무도 같은 모습으로 서로를 주거니 받거니 합니다. 완벽하게 일을 해내지 못할 것 같으면 아예 한 발자국도 시도하지 않는 것이 바로 완벽히 일을 해내려는 사람들이 보이는 습성이기도 합니다. 적당히가 없습니다. 할 거면 제대로, 못할 거면 아예 시도도 하지 않는 것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일들은 어떻게 전문가의 경지에 오르게 되나요? 수많은 연습들을 통한 발전이 아니었던가요?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라니요. 그야말로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무서운 태도 아닐까요? 최고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완벽’을 취한 건데, 뒷덜미를 잡혀도 제대로 잡히는 거죠, 떼려야 뗄 수 없는 완벽의 그림자에.

완벽하려고 애쓰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 많은 연습의 순간들을 낭비라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그 생각이야말로 최악의 낭비적 생각이지요. 완벽하지 못할 것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연습하지 못할 것을 두려워해야 합니다. 아무 성장도 이루어지지 못하게 막는 무서운 꾐, 바로 ‘완벽’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멋입니다. 그 멋에 속지 마세요, 겉멋만 좌르르, 윤기 나는 뱀의 꼬임이니까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집으로 초대를 해 볼까 합니다. 완벽하게 깨끗하고 멋진 집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청소를 하고 가구를 바꿉니다. 쓸고 닦는 시간에 한 달, 4주를 꼬박 사용합니다. 그리고 하루, 사람들과 즐거운 담소를 나눕니다. 4주를 쓰고 1일을 건집니다. 그냥 1주일 청소하고 있는 가구 그대로 둔 채 사람들을 초대하고 즐거운 담소를 나누세요. 1주일에 한 번씩 4주에 4번, 4일 동안 사람들과의 소중하고 중요한 이야기들을 나누게 됩니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4번 만나 이야기를 나눈 그 사람과의 감정이지 1번 만나 멋진 집을 보여준 그 사람이 아닙니다. 아, 대단하던 집은 기억할지도 모르겠네요. 집이 덕을 봤네요, 집과 사람들이 연결되었겠어요.

중간 정도로 하는 게 어떠실까요? 적당히 내가 아닌 것에 에너지를 쏟고 적당히 나 자신이 얻을 것에도 에너지를 쏟는 것. 업무를 확실히 하느라, 취미 생활을 확실히 하느라 내 건강을 위한 활동이나 내 안녕을 위한 활동을 하나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내 삶이 원하는 모습과 방향에 써야 될 에너지를 조화롭게 분배하지 못하는 것을 말합니다. 언제나 말씀드리죠? 우리는 제한된 자원(시간, 체력, 에너지)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늘 전제이자 출발이라는 것.

‘완벽’하고 싶으세요? 완벽하게 우리의 삶의 목적과 방향을 점검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조화를 완벽하게 이루어내려 애쓰는 것, 그것 말고 완벽이라는 단어가 필요한 곳은 없을 것 같네요.

<스트레스-04 에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계속 달리기만 하시네요. 지금, 어디쯤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