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글쓰는 공간] 20일간 글쓰기 온라인 모임
6일 차 미션: “글을 쓰기 전에 번잡한 환경부터 정리하는 게 먼저입니다. 그래야 마음도 더불어 정리될 테니까요. 여러분의 책상을 글 쓰는 환경으로 꾸며봐요. 이 기회에 책상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해 봅니다. 정리한 환경을 사진으로 남겨주세요. 정리하기 전과 후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세 줄로 써주세요.”
나의 공간은 공사 중이다. 적는 일이 늘자 서야 했다. 회사생활 때부터 늘 기억하는 말 <오래 앉으면 빨리 죽어요>.
앉으며 서며 적을 수 있는 책상을 제조 중이다. 임무를 맡은 이는 철물점과 공구와 목재를 사랑하는 전기 엔지니어, 나의 친구다(남편). 이 자는 주 2일만 임무를 맡는다. 어느 회사가 이 자의 나머지 5일을 고용해버렸다. 그래서 기다린다. 나의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페이는 그 회사의 5일 비용처리를 커버하기엔 좀 모자란 액수다.
집 전체 공사를 하면서 나의 책상은 9번이나 옮겨졌다. 방방이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나의 간이 책상은 이 이 방 저 방을 옮겨가며 셋방 살이를 했다. 메뚜기 라이프. 이제 곧 나의 최종 공부방이 만들어진다. 메뚜기도 한 철이다(3년이 한 철인가 싶다마는....)
마지막 메뚜기의 처소는 주방과 거실 사이 구석, 유일한 높은 작업대인 아침 식탁 바(Bar)이다. 서다가 앉다가 자세를 고쳐가며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Before>
1. 좁은 공간에 옹기종기 잘들 들어와 사는구나.
2. 높이 높이 잘도 쌓여 들어와 사는구나.
3. 비집고 채우고 쌓고만 사는구나.
<After>
1. 쓰나미야 어서 오니라.
2. 싹 쓸어버리거라.
3. 비워야 채우느니라.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을 좋아한다. 이사 나간 직후의 공간이 좋고 이사 들어오기 직전의 공간이 좋다.
영국으로 넘어오면서 항공으로 짐을 보냈다. 충분했다. 그런데 나머지는 또 선박으로 보내라 한다. 몇 개월 뒤에 쓸 것들을 담으라 했다.
‘다시 돌아올 한국이다, 가져가 봤자 또 가져와야 할 걸 뭐.’
다들 컨테이너 한 칸을 싹 채워간다는데 우리네는 반의 반도 차지 않아 나머지 공간을 안전히 채워내는 게 더 어려웠다는 배달업체 기사님의 말씀이 있었다.
그 물건들이 없이도 몇 달이 살아졌다. 기억도 나지 않는 물건들이었다. 선박에 실려 오고 있는 그 짐들이 바닷속에 가라앉기를 간절히 간절히 (진짜 간절히) 바랐다. 짐들은 “무사히” 도착해 버렸고 역시나였다. <<나는 쓰레기들을 받았다>> 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들이 보고 나니 필요해진다. 모르는 게 약이다. 모르기 쉬운 노화된 두뇌를 가지고 있으면서 무엇이 문제인가. 그냥 모르자, 제발 모르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혼자 살던 때가 많이도 그리웠다. 공간 때문이다. 간단하게 정리될 짐들만 갖고 살던 그 삶이 그리웠다. 누구는 말했다. 결혼은 효율적인 거라고. 혼자 살면 거실 하나 부엌 하나 다 따로 가져야 하는데 둘셋이 모이면 그것들을 나눠 사용한다고. 그것도 큰 것으로다가.
나는 작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집도, 차도, 가방도 작은 것을 좋아한다. 유일하게 크고 많은 것을 좋아한다면 아마 그건 호주머니 정도일 것이다. 가방이 들려져 자유롭지 못한 손을 싫어하니 호주머니가 필요했다. 여성들의 옷에는 호주머니가 참 없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은 또 좋아하니, 방도가 없다). 아무튼 나는, 사람이 늘어 짐이 늘고 공간이 느는 이 사태가 부담스럽다. 사람을 쓸어낼 수도 없고 출가를 선언할 수도 없고 참...
그래. 있는 공간이라도 싹 쓸어보자. 그것도 안되면 밖으로 가자. 운동장을 걸으며 살자.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