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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국 엄마달팽이 Feb 05. 2021

[09일 미션 중] 공감필법: 하루에 한 문장

글쓰기 책(유시민의 공감필법)을 읽으며 글쓰기

글쓰기 책(유시민의 공감필법)을 읽으며 글쓰기 9일째.




[사람은 한순간도 생각하지 않거나 느끼지 않으면서 살지 못합니다. 그 생각과 감정은 머물러 있지 않아요.]


생각. 감정. 언제나 시간 속에 가득찬 그 두 가지. 기록하고 싶어지면 늘 적어댔다. 나는 왜 그렇게 내 생각과 감정을 존재하게 만들고 싶었을까. 다시 볼 것이 아니어도 그렇게 적어서 형체로 '있게'하고 싶었던 걸까. 그 곳에 꺼내어 두어야 삶의 다음 순간으로 갈 수 있었던 걸까. 왜 그렇게 흔적을 남기려 종이 쪼가리, 녹음 필름을 채웠던 것일까. 무엇을, 보고 싶었던걸까. 무엇을, 듣고 싶었던걸까. 누구에게 말하고 싶었던걸까, 누구를 들으려했던걸까.




[공부는 단순히 지식을 얻는 작업이 아닙니다. 오감으로 직접 경험하거나 신문, 방송, 책을 통해서 간접 체험하는 모든 것에서 정보, 지식, 생각, 감정을 읽어내어 교감하고 공감하고 비판하고 대립함으로써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공부입니다.]



공부에 대한 생각을 많이 나눠주는 책이 되고있다. 이미 알고 있던 것을 곱씹고 곱씹도록 기회를 준다. 내가 어설프게 동의하던 것을 확실히 알게 해주는 데는 언제나 시간이 걸린다. 깊이 가려면 멈추어 생각해야 한다.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면서, 지식을 얻는 데 시간을 쏟는다. 얻어도 얻어도 새롭다. 알면 알수록 재미있으면서 나 자신이 얼마나 무지했는가도 함께 깨닫는다. 지식의 양이 늘어간다. 여전히 새로운 지식이 다가온다. 더 읽고 알아간다. 끝이 없다.


언제쯤 지식과 정보를 멈추고 내가 아는 바를 한 소쿠리 바구니로 엮어야 할 지, 고민이 된다. 이 책으로 저 책으로, 여러 사람들의 생각을 들으면 들을수록 내가 모르던 것들이 자꾸만 튀어나온다. 배우면 배울수록 고개를 숙일수 밖에 없다. 내가 얼마나 무지한지를 증명하는 것이 목적인양 새로운 책들은 한 발 앞으로! 나에게로의 진격을 멈추지 않는다. 정보와 지식 담기를 그만해야 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나의 생각과 감정이 넘쳐나 정리해야 할 때를 그 순간이라고 해야할까. 정리하지 않으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들. 천지에 널려있는 먼지를 보며 구름덩어리라 말하긴 어려울테니.


생각과 감정이 넘치면, 정리를 하자. 교감하고 공감하고, 나의 생각을 비판하고 원치않는 세계와 대립하면서 나를 점점 더 선명하게 '있게'해야 할 것이다. 글쓰기를 통해서.




[말 그대로 날마다 쓰라는 건 아닙니다. '하루 한 문장'은 느끼고 생각한 것을 글로 옮기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살자는 말입니다.]


[고개를 들고 귀를 열어 거리 풍경과 주변 사람을 관찰하고 도시의 소음을 들으십시오.]


[메모해 놓을 것들을 한데 모아 비교하고 종합해봅니다. 그러면 자신이 어떤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사는지 보입니다.]


[완벽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쓰려고 너무 애쓰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름답지 않아도 말하려고 한 것이 제대로 전해지는 글이면 충분합니다. 아름다움은 그다음 과제로 남겨두십시오.]


아름다운 글이 아니라 말하려고 하는 것을 제대로 전하는 글을 써야한다. 내게 필요한 것이다. 쏟아내는 메모들을 한데 모아 정리를 하고 싶다. 머리와 마음에 질서가 필요하다. 먼지가 쌓여 머리가 무겁고 너저분해진다. 가볍게 숨쉬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대단한 시점이다.




[거기까지 가지 못하면 또 어떻습니까? 우리 인생,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데까지 가기만해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시작과 완성. 젊은 때 시작이고 나이들어 완성이라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반대다. 닳지 않은 젊은 몸으로 피가 끓던 그때는 ‘완성’이 목적이었다. 이제는 ‘시작’이 목적인 나이에 와 있다.

“원하는 방향으로 한 발 뗀 적 있는가?”

그렇게 바뀐데 영향을 미친 것은 아무리 보아도 부족한 시간에 있다. 아이를 낳고 얼마 남지 않은 혼자만의 시간이 계산되면서 궁금한 것들을 뒤로 미루기  싫은 마음을 알아차렸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고 싶었다.


알고 싶은 것이 많았다. 실험해 볼 것이 많았다. 풀 타임 직장을 가지는 것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나의 달라진 비전과는 다른 비전을 가진 직장들로 시간을 맡길 수 없었다. 그래서 모두 버렸다, 쌓아온 모든 기술과 더 써먹을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없던 양 쳤다. 앞으로 느낄 경험들을 위해서였다.


Multi Part-timer 혹은 A single FULLY jobless person. 여러개의 일들을 다 경험해 보는데 그만한 방향이 없었다. 조금씩 조금씩 다 경험해 보고 싶었다. 이것도 저것도 너무 궁금해 짧은 시간을 한 곳 두 곳에만 쓸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나의 시간을 부족하게 만든 육아라는 사건이 오히려 나를 제대로이게 해 주었다, 결론내렸다. 갈 수 있는데까지만 가보는 것이면 충분하다는 마음에 동의한다. 하나를 제대로 끝내는 것에 집중하라 반기를 드는 사람들이 많을 것. 그들의 인생이니 그들이 결정할 일이고, 나는 그저 내 식대로 걸으면 될 일이다.




[언어는 말과 글인데, 말이 글보다 먼저입니다. 말이 기본입니다. 말에 가까운 글일수록 잘 쓴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에 가까운 글. 말로 하면 쉬운 것이 글로 하면 어려웠다. 정리 안된 말들은 그냥 두면 사라졌다. 그러나 글은 달랐다. 가만히 새겨져 계속 노려본다.

'이게, 뭔 말인지 이해가 되기는 해?'

'누구한테 하는 말이야? 너만 읽고 말거냐? 너는 다시 안 보냐?'

'대체 뭘 이리 정리도 않고 의미도 없는 생각과 감정을 흩어만 놓고 사느냐.'

글이 나를 노려보는 것이었다. 다시 읽었을 때, 그때가 떠오르는 글도 있었고 대체 무슨 마음상태였는지 이해가 안되는 글들도 있었다. 전혀 다른 나를 만나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무슨 말인지 모를 글들은 나를 헷갈리게 했다.


‘이렇게 말도 안되게 감정이 흐트러졌었단 거군.’

건진건 그저 상태 확인뿐인 단어 정렬들.


말로 하면 쉽고 글로 하면 어렵다, 얼마나 의미없는 말을 흘리고 다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이해하기 쉬운, ‘말’에 가까운 글이어야 한다.

(나, 지금, 말을 하는가 아니면 말에 가까운 글을 쓰는가....).

말 같은 글, 글 같은 말. 내게 주어진 또 하나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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