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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국 엄마달팽이 Feb 24. 2021

[16일 미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일 찾기

[설레는 일 찾기] 20일간 글쓰기 모임

미션:

“오늘 미션은,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일, 도저히 이것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일, 시간이 가는 것조차 잊어버리게 만드는 일, 나를 너무나 즐겁게 만드는 일, 그 일이 무엇인지 찾아봐요. 그것에 대해 씁니다.”


-공대생의 심야서재, 이석현 글-




늘 언제나 축복받은 삶이라 생각하며 사는데, 미션 속 할머니의 말씀을 읽고 있자니, 할머니가 되기 전에 할머님의 말씀을 생의 축으로 삼고 살고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다. 그렇게 또 축복스럽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설레는 일? 나의 답은, ‘지금’을 느끼는 일, ‘지금’을 즐기는 일이다. 그럼 무엇으로 지금을 즐기고 있냐고 물어야겠지? 그것에 대한 답은 ‘글을 쓰며 사람을 만나는 일’.




글을 쓰는 것은 늘 하던 일이다. 아니 끄적이기라 해야 할까. 뭐 아무튼. 그런데 뭐가 즐겁냐고? 사실 끄적이기든 뭐든 그 속에 담기는 나의 생각이 내가 잘 모르는 이들에게 가감 없이 전달될 것이라는 것, 그것은 내겐 큰 도전이었다. 그럼 글쓰기가 고역이었다 해야 하는 데 왜 즐거움이냐고? 바로 그게 이번 글쓰기에서 얻은 선물이다. 그런 불편한 마음이 설렘으로 바뀌었으니. 그렇게 만든 것은 언제나 그렇듯 또 사람.

나와 같은 마음을 한 이들이 글쓰기 모임에 있었다. 드러냄이 어려운 일이라 느끼는 몇몇 사람들. 그래서 마음이 놓였다. 동행자가 있으니 힘들지 않았다. 나를 드러내는 일에 멈칫한다고 하면 나의 지인들은 놀랜다.

“네가? 발표하는 네가? 활발과 적극의 상징인 네가?”

무대에 서서 전달하는 내용이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지는 나라는 것을 처음 안 모양이다. 내가 전달하는 내용이 숫자와 결과와 도표들일 때, 나는 아무 감정이 없다. 그저 기계일 뿐이다. 그들은 나를 보는 게 아니다. 내가 전달하는 그 숫자들과 내용들에 집중하는 것뿐이다. 부끄러울 게 없는 거다. 자료 준비만 잘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나의 이야기를 할 때는 달랐다. 나도 그렇듯 사람들은 모두 말하는 나의 ‘눈’을 바라본다. 그리고 나의 얼굴을 본다. 내게 몰리는 에너지, 그 에너지에 강하게 눌린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대학 도서관에서였다. 그때도 여전히 발표는 신나게 하던 나였다. 열린 책상 열람실에서 공부를 하다 재채기를 날렸을 때, 민망한 게 아닌 아주 재밌고 유쾌하고 귀여운 재채기를 던진 건데도, 그때 쏠린 그들의 에너지에 눌려버렸다. 내게 집중된 그 모든 이들의 시선은 나를 아주 작은 생쥐로 만들었다. 늘 톰(고양이)을 이겨먹던 작은 제리(생쥐)로 평생을 살아왔는데도 말이다. 그때 알았다, 내가 드러나는 무대는 못서겠구나. 그래서 또 알았다. 결혼, 생각에도 없지만 만약 한다 해도 신부 입장, 나는 그거 절대 못하겠구나.




지금은 나를 드러내는 글을 적으면서도 잘 버티고 공개하고 있다. 내 글을 읽은 이들과 내 글에 대해 후속 대화를 나눈다는 게 크디큰 도전이었지만 이제는 이게 되려 설레기 시작했다. 비슷한 생각과 마음을 가진 이들을 발견하는 재미, 당신의 마음을 이해 하노라, 나도 그러하노라 말할 이는 또 누구일지를 상상하는 일이 하루의 큰 기쁨이 되어가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과 닿는 일. 늘 아이들에게 내 가진 것 중 무엇을 내어줄까 생각만 하며 살다가 의도치 않게 내가 무언가를 받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새삼 ‘매일 살아있음’이라 적고 싶어 지게 만드는 이 느낌.

글쓰기의 과정에 언제나 함께하는 그 ‘읽는 이’들이 나로 하여금 글을 쓰는 작업을 설레게 한다. 가볍게 글을 쓰는 연습을 하리라 맘먹었던 이곳. 가벼워지는 것은 글의 내용이 아니라 글을 대하는 내 자세에 달려있었나 보다. 어떤 복잡한 생각과 감정도 가볍게 내어놓을 수 있게 되어간다. 뱉어내고 난 뒤 무겁지도 않다. 사람들의 마음을 통해 배워내는 중이다. 이런 매일매일 새로워지는 나 자신에 대한 발견이 재밌다.



이 모든 재밌는 발견을 가능하게 하는 이 글쓰기가 나는 요즘, 참 설렌다.






미션:

“어느 할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늙게 되면 가장 억울한 게 뭔지 아느냐고 말입니다. 할머니께서 대답하시길 나중에 실컷 놀아보겠다고 현재의 삶을 일과 가족, 이웃, 친구, 회사 등등 내가 아닌 다른 가치에 양보하며 살았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제 시간이 좀 생겼는데 돈도 좀 벌었고 여유도 많이 생겨서 실컷 놀아보려고 했더니 그만 늙어버렸다는 거죠.”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승리한 인생인 줄 알았는데 자주 웃는 사람이 승리한 인생이었다는 걸 뒤늦게 단거죠. 그걸 다 늙고서야 깨달았다는 거예요.”

“할머니 말씀은요, 너무 아끼며 악착같이 살지 말라는 겁니다. 내 삶을 양보하지 말고, 봄 되면 꽃구경도 다니고 여행도 다니고 하고 싶은 일을 지금 하라는 거죠.”

“인생은 타이밍이래요. 미루다 보면 인생의 좋은 타이밍들은 통장의 입금 숫자처럼 쌓여서 나에게 돌아오는 게 아니라,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는 겁니다. 행복은 적금통장이 아니에요. 나중에 행복을 되찾을 수 없대요.”

“오늘 미션은,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일, 도저히 이것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일, 시간이 가는 것조차 잊어버리게 만드는 일, 나를 너무나 즐겁게 만드는 일, 그 일이 무엇인지 찾아봐요. 그것에 대해 씁니다.”


-공대생의 심야서재, 이석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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