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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국 엄마달팽이 Mar 28. 2021

[Let go & Begin again]

나의 시간 나의 삶, 지금부터 다시.

우리는 경험을 기억하는 인간입니다. 

삶에서 경험하는 모든 일들. 사건에 대한 정보와 그에 대한 해석, 그 결과로 감정과 행동이 우리의 삶을 채우는 경험으로 다시 이어집니다. 



기억: 정보기억 + 정서기억

사건에 대한 정보기억, 그리고 사건으로 인한 정서기억(감정기억)이 있습니다. 오래전 일이지만 여전히 기억나는 감정이 있습니다. 그 사건에 대한 이미지도 있고, 그 이미지로 연이어 떠오르는 감정도 있습니다. 감정에 따른 몸의 반응도 있지요. 생생히 기억나지 않는 사건의 스토리라도 몸이 잊지 못하는 기억이 있습니다. 시간이 흘렀어도 다시 느껴지는 감정과 그에 반응하는 몸의 느낌.



인간의 우뇌에 새겨지는 정서기억은 인간의 좌뇌에 새겨지는 정보기억보다 더 깊고, 더 강력합니다. 

강력한 감정이 인간의 많은 행동을 결정해버리지요. 행동을 이끄는 많은 생각, 의지, 판단이 있지만 강렬한 감정은 우리의 행동에 빠르고, 깊고, 오랫동안 영향을 미칩니다. 즐거움으로 계속되는 행동들, 불편함으로 그만 둔 행동들. 




그 모든 감정의 뿌리는 과거의 어느 '경험' 에 기반을 두고 있을 것입니다. 

과거의 경험이 현재에도 살아있음은, 추측이 아니라 사실이지요.



미래는 바꿀 수 있어도 과거는 바꿀 수 없습니다. 

과거가 없이 현재에 있지 못하고, 지금 이 현재도 다시 과거가 되겠지요. 과거의 사건은 바꿀 수 없지만 그 사건에 대한 감정과의 관계는 ‘지금’이라도 바꿀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지금부터는 새롭게 시작하자는 마음. 그 용기가 그렇게 어렵지요. 어떻게 새로 시작하는지도 궁금하고요.



그 때의 기억과 그에 관한 감정을 해결하지 않고는 

지금 이곳에 서 있는 것도, 내일의 저 곳에 서 있는 것도 온전히 안전하고 편안해 보이지 않기도 합니다. 감정이 기억하는 과거의 그 사건은 바꿀 수 없지만, 내 기억 속 과거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소화는 '지금-여기'에서도 가능합니다.  새로운 감정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신경과학(뇌 가소성), 그리고 심리치료학이 말하는 것입니다. 건강한 삶을 위해 그때의 그 감정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뒷받침해주는 과학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지금부터 내 인생을 다시 그려내보기위해, 과거의 나를 마주하는 것. 나의 과거를 들여다 볼 용기를 내어 보는 것. 가장 어려운 용기이지만 가장 필요한 용기이기도 하지요. 우리는 그 용기를 '선택'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현재에도 불쑥 불쑥 고개를 들이밀고 영향을 미치는 과거를 정리하는 것입니다. 

과거의 사실에 대한 나의 기억, 나의 반응을 다시 만나고, 다시 해결하는 겁니다. 우리가 고통받는 건, 우리가 괴로운 건 그 때 일어난 그 사건의 유무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 사건은 이미 끝이 났지만 그 사건이 남긴 해석과 감정이 우리를 시도때도 없이 방문하고, 여기 저기 흔적을 남겨놓았기 때문입니다. 다시 그 사건에 대한 감정을 매만져줘야 합니다. 안전한 곳에서, 혼자가 아닌 곳에서, 그 감정들을 다시 만나고 소화시켜야 합니다. 



과거의 어느 사건이 내 기억에 불편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모를 수도 있습니다. 

지금 나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과거의 어떤 사건으로 인한 감정의 결과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나의 성격과 반응을 만들어 놓았을 과거의 경험들. 혹은 이미 알고 있는 그 불편한 과거이지만, 별거 아니라 치워두었거나 소화해내기가 어려워 눌러두었던 그 과거들. 모든 불편함을 다 정리할 순 없지만, 지금의 나를 쥐고 흔드는 큰 기억들을 그대로 두고 내내 불편하게 피하거나 눌러두면서 살기에는 지금의 삶의 시간들이 너무 아깝습니다. 지금 느낄 그 모든 삶의 경이로움을 경험할 기회를 과거의 감정이 막아서고 있으니까요. 



마주하고, 다시 해석하고, 다시 경험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어제의 그 모습으로 살고싶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며 살고 있지요. 기억의 감정에 갇혀 나오지 못하고 그 안에서 익숙한 채, 살아가고 있는 사이, 우리의 [오늘]은, 우리의 [올 해]는, 행복하셨는지요? 




지금-여기에서, 내가 원하는 삶의 기억들로 시간을 채우세요. 

지금, 여기에서 다시 시작하는 겁니다. [어제]를 다시 만나, [어제]에 남겨져 있는 자신을 다시 어루만져주고, [어제]를 잘 보내주세요. 그리고 [오늘] & [내일]에 더 많은 자리를 내어주세요.



[어제]를 정리하고 [오늘]부터 다시

그 귀한 시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지금, 여기에서 다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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