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자아와 현실을 과장해 가며 ‘육각형놀이’에 몰두하는 이유는 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나’의 충돌을 막는 일종의 방어기제이기도 하다. 심리학자이자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인 에드워드 토리히긴스가 1987년에 제안한 자기 불일치 이론에서는 사람이 인식하는 자기 개념을 3가지로 분류한다.
내가 가지고 있다고 인식하는 실제적 자기(Actual self), 개인이 소유하기를 희망하는 이상적 자기(Ideal self), 그리고 반드시 가져야 할 책임이 있는 의무적 자기(Ought self)다.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이러한 자기 개념 사이에 격차가 없을 때 조화로운 상태에 이른다. 반대로 자기 인식 간에 격차가 벌어지면 부정적 심리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가령 실제적 자기와 이상적 자기가 불일치할 때, 실망, 불만족, 슬픔과 관련된 정서에 취약하다. 실제적 자기와 의무적 자기가 불일치할 때는 두려움, 긴장감 같은 정서에 취약하다.
우리는 언제 가장 행복할까? 상투적이지만 가장 나다울 때 행복한 것이 아닐까? 비록 그것이 육각형의 완벽한 모습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외모, 학력, 자산, 직업, 집안, 성격, 특기 등의 영역에서 완벽함을 갖춘 육각형 인간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자수성가 인간이 아닌, 타고난 것, 전혀 선택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욕구가 비대해지며 ‘육각형 인간’이라는 타이틀로 새로운 틀을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그렇게 될 수 없음을 희화화하는 액션들이 sns에서 물 타고 흐르듯 유행이 되면서 갈수록 경쟁은 심화되고, 동시에 계층 사다리가 흔들리는 모습이 보인다.
자기 불일치 이론은 늘 내가 궁금해했던 이론이라 적어본다. 왜 내 마음속, 머릿속에서 팀이 이렇게 나뉘어 흔들리고 갈등이 일어날까? 그 이유를 자기 불일치 이론에서 찾을 수 있었다. 내가 갖고 있다고 인식하는 실제적 자기, 즉 지금 나는 별 것 없다고 생각하고, 내가 소유하길 희망하는 이상적 자기는 허상 끝 망상의 끝을 달리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상적 자기가 의무적 자기와 결합하기를 희망하는 욕심욕심 욕심의 끝을 달리고 있었던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내가 지닌 것들이 실제로 많지 않음을 인정하고 계속해서 배움을 늘리고 인생이 채워나가는 것임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트렌드 코리아를 접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전망 및 시사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육각형 인간의 개념을 알고 현세대가 완벽주의에 길들여져 가는 상황을 이해하게 되면서, 본질인 ‘나다움’은 더더욱 중요하다는 것이 분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