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함에 대해 모두가 잘못 알고 있는 2가지

'너 생각보다 예민한 편이구나.'


악감정 없이 한 말이라 해도, 이 말을 들었을 때 기분 좋을 사람은 별로 없을 거예요. 보통 '예민함'이라는 표현은 부정적인 뉘앙스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Highly Sensitive Person은 '매우 예민한 사람'으로 직역이 되기 때문에 표현 상 '예민한 사람'으로 쓰고 있지만, 여기서의 예민함은 '행동으로서의 예민함' 보다는, '기질적 예민함'을 이야기해요. 그래서 굳이 따지자면, '민감함', '섬세함'이라는 표현에 더 가깝습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신경질적인 사람이 아니라, 타고난 신경계의 특성상 세상의 모든 자극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깊이 처리하는 사람.


더 많은 것을 느끼기에 감정의 폭도 크고 쉽게 지치며, 타고난 고감도 센서 때문에 남들의 감정이 쉽게 읽혀 더 눈치 보고 배려하며 사는 사람들. 그러면서 정작 자신의 감정은 돌보지 못해 마음이 병들어 갈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오늘 글에서는,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는 예민함에 대한 오해들에 대해 살펴볼게요.


마음을 병들게 하는 이 편견들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 그에 대한 나만의 마음 관리법들도 만들어 갈 수 있으니까요.


예민함은 나쁜 것이다


'예민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인가를 느끼는 능력이나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빠르고 뛰어나다.', 혹은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감각이 지나치게 날카롭다.'이고,


'민감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자극에 빠르게 반응을 보이거나 쉽게 영향을 받는 데가 있다.'입니다.


즉, 예민하고 민감하다는 건 모든 물리적, 정신적 자극들을 더 깊게 느끼고 빠르게 반응한다는 것뿐입니다. 그저 타고난 감각이 남들보다 더 기민한 거예요.


그만큼 마음의 평온함을 유지하는 게 조금 더 힘들 수 있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남들이 가지지 못한 재능이 될 수도 있는 거죠.


우리가 예민함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성미나 취향 따위가 원만하지 않고 별스럽게 까탈이 많다.'로 정의되는 '까다롭다'의 예민함을 떠올리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기질적 예민함과 성격적 예민함은 전혀 다른 부분이에요.


예민해도 까탈스럽지 않을 수 있고, 둔감해도 까탈스러울 수 있는 거예요. 오히려 예민한 사람일수록 예민한 행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아요. 남들에게 폐 끼치는 걸 극도로 꺼릴 테니까요.


예민함은 나쁜 게 아니라, 세상을 받아들이는 감각이 조금 더 섬세한 것뿐이에요.



예민함은 고칠 수 있다


이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에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질적' 예민함은 고칠 수 없지만, '상태적' 예민함은 노력해 볼 수 있는 영역입니다.


남들보다 오감이 발달하고, 같은 상황에서도 더 깊은 감정을 느끼며, 더 많은 생각을 하도록 하는 기질적 예민함은 우리가 고칠 수 없는 선천적인 부분이에요.


타고난 피부색에 불만을 가져봤자 자신만 불행해지는 것처럼, 타고난 민감함을 '성격적 결함'으로 보고, 고치려 노력한다면 나만 더 괴로워질 뿐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을 테니, '나만 왜 이렇게 예민한 거지?' 혹은 '평생 이렇게 불행하겠구나..' 같은 식의 절망과 자기 비난에 빠지게 되거든요. 저도 오랫동안 그런 삶을 살아왔기에 그 고통을 잘 알아요.


키가 작다고 우울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자신감 있게 사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예민한 기질 역시 내가 받아들이기 나름입니다. 그래서 애초에 노력의 방향을, '예민함을 고쳐보자!'가 아니라, '예민함을 받아들이자!'로 잡아야 해요.


하지만 우리가 노력할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기질적' 예민함은 선천적인 영역이지만, '상태적' 예민함은 우리가 충분히 줄여볼 수 있어요.


한 사람의 예민함도 늘 일정한 건 아니에요. 평범한 사람도 몸과 마음이 지치는 상황에서는 충분히 예민해질 수 있고, 예민한 기질의 사람도 마음을 잘 관리한다면 남들처럼 평온하게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이 우리가 노력해야 할 부분이에요.


여기서의 핵심은, '마음의 균형'입니다. 기질과 상관없이, 누구든 마음을 힘들게 하는 마이너스 요인과 마음을 충전하는 플러스 요인이 있을 거예요. 마음의 배터리 상태를 잘 모니터링하면서, 이 둘의 균형을 잘 잡아가고 있는 사람은 마음이 병들지 않을 거예요.


섬세한 사람들은 사소한 일로도 감정이 흔들리고 감정의 폭도 크니 이 균형을 유지하는 난이도가 남들보다 조금 더 높을 순 있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건 아니에요.


그래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다음 두 가지입니다.


예민함을 고치는 게 아니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쪽으로 노력의 방향을 잡아야 하는 것. 그리고 마음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나에게 맞는 생활환경과 마음 관리법을 만들어 가는 것.


그렇게 노력해 나간다면, 지금까지 나를 불행하게 만들었던 이 예민함이라는 '저주'가, 나만이 가지고 있는 눈부신 축복처럼 느껴지기 시작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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