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 승인 후, 내가 이상해졌다

나는 그저 내 얘기를 쓰고 싶었는데

by 잡생각 수집가

처음엔 그랬다.

그냥 내 얘기를, 내가 생각한 것들을 아무도 모르게 써보고 싶었다.
익명으로, 광고도 없고, 대충 써도 있어 보이는 깔끔한 디자인. 그게 브런치의 첫인상이었다.


스토리 라인이 있는 글처럼 머리를 쥐어짜 창작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겪은 일, 내가 바라는 걸 담고 싶었다.

조용한 일기장 같았다. 대나무숲처럼, 누구에게도 설명하지 않고도 풀어낼 수 있는 공간.

그런데 글을 열 개쯤 써두고 나니, '작가 신청'이라는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쓴 글을 누가 심사한다고?'
그때까지만 해도 별 기대 없었다. 그냥 궁금해서, 세 개쯤 추려서 신청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최대 5일까지 걸린다고?'

찾아보니 "작가 승인 잘 받는 법" 같은 글들이 수두룩했다.

'어라? 그냥 블로그 같은 곳이 아니었네?'


출간, 계약, 인터뷰 같은 단어들이 낯설게 다가왔다.

그리고 며칠 뒤, 메일이 하나 왔다. 승인.

그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들떴다.

내가 뭔가 자격을 얻은 것 같았다. 유튜브로 치면 수익창출 승인 같은 느낌?



괜히 어깨도 으쓱해졌다. 누군 몇 번 떨어졌다던데, 난 한 번에 붙었네?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슬쩍 우쭐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나, 무명이긴 해도 나름 웹툰 스토리 작가였고,

그 짬밥이 어디 가겠나 싶었다. 나름 프로라고!

그 순간만큼은 조금 당당해지는 느낌이 였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발행이라는 버튼을 눌렀더니, '통계'라는 메뉴가 열렸다.
누가 좋아요를 눌렀고, 몇 명이 조회했고, 검색어로 어떤 유입이 있었는지 보여주는 페이지.

그 순간, 마음속이 이상하게 복잡해졌다.


그저 내 얘기를 쓰고 싶었는데, 갑자기 뭔가에 평가받는 느낌이 들었다.
조회수가 적으면 외면당한 것 같고,
라이크가 많으면 괜히 기분이 들뜨고,
댓글이 없으니 괜히 해석을 하게 된다. "재미없었나? 말이 안 통했나?"

그러다 무심코 구글에 내 글 제목을 검색해봤다.



어? 진짜 나온다. 오… 이러면 유입도 생길 수 있겠는데?

그날 이후, 손이 멈칫했다.
무언가 잘못된 건가? 지금처럼 그냥 써도 괜찮은 걸까?
그 생각만 맴돌았다. 글을 쓰고 싶었지만, 써도 될지 확신이 없었다.
대신 관심받을 만한 주제를 떠올리려고 애썼다. 조회수가 잘 나오는 이야기, 공감받는 키워드.
하지만 그걸 쓰려니 손이 오히려 움직이지 않았다. 저장된 글 개수는 늘지 않았고, 나는 브런치 창만 멍하니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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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다른 작가들의 글을 보기 시작했다. 댓글이 수십 개씩 달려 있다.
와, 이건 어떻게 해야 가능한 거지?
글에 질문을 던질까? 감정선을 더 자극해볼까?

작가 승인이 나기 전까진 하루에 세 편씩 글을 쓰며 저장된 글이 빠르게 늘어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승인 이후에는 그 속도가 나지 않았다.



발행된 글이 하나둘 쌓일수록, '내가 쓰는 방식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 얘기를 계속 써도 될지, 아니면 더 많은 관심을 받기 위해 방향을 바꿔야 할지,
그 줄다리기 속에서, 나는 잠시 멈춰 서 있었다.


생각해보면 웃긴 일이다. 그래봐야 작가 승인이 난 지 고작 사흘 된 애송이다.
오랫동안 브런치를 하며 느꼈던 깊은 고민이라기보단,
이 플랫폼에 발을 들인 직후 마주친 첫 번째 감정의 파도였을 뿐인데,
그 파도 하나에 이렇게 중심을 잃을 줄은 몰랐다.



그러다 오늘 아침,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러려고 브런치를 시작한 게 아니었는데."

나는 SNS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잘 모른다. IT 보안을 하다 보니 직업병처럼 멀리하게 됐다.
그런데 지금 이건, 마치 작가판 SNS 같다.

누가 좋아요를 누르면 찾아가 읽고, 나도 눌러주고.
마치 자동사냥 일일퀘스트 같기도 하고, 어딘가에서는 맞팔 문화 같은 것도 느껴진다.


처음엔 아무도 몰라도 괜찮았다.

지인들에게는 할 수 없는 말, 사회적 이미지로는 보여줄 수 없는 이야기.
그걸 여기서 풀어내고 싶었다.


그런데 또 어느새, 나는 사람들의 관심을 분석하고,
잘 팔릴 만한 주제를 찾고, 검색 유입을 고민하고 있다.


사람 쉽게 안 바뀐다. 나도 그렇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써본다.


조회수도, 좋아요도, 통계도 보지 않고
다시 한번, 내 얘기를. 내 마음을.
그냥 이 공간에 던져놓고 가는 그런 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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