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가지튀김, 그리고 나

나는 시를 쓸 줄 모른다

by 잡생각 수집가

나는 브런치에 이제 막 발을 들인 초보 작가다.
그래서인지 하나하나의 댓글이 무척 소중하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감상을 남겨줬다는 사실만으로도
몇 번이고 다시 읽게 된다.


얼마 전, 한 댓글이 유난히 마음에 남았다.
“잡생각들을 사유로 빚어내면 시가 되지요.”
짧은 문장이었지만, 오래 머물렀다.


댓글을 단 그분의 글을 찾아가 읽어봤다.
그곳엔 시가 있었다.

나는 ‘시’라는 단어 앞에서 늘 멈칫한다.
고등학교 교과서 속의 시는 늘 해석을 요구했고,

어렵고 고상한 무엇으로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나는 ‘시는 대단한 사람이 쓰는 것’이라 여겼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글을 쓰고 싶다’고 느낀 건
한창 국내 판타지 소설이 쏟아지던 시기였다.

드래곤라자 같은 작품이 세상에 나왔을 때,
그 문학은 어디에선가 저급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내겐 가장 가까운 문학이었다.
쉽게 읽혔고, 재미있었고,
그래서 나도 한번 써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썼던 첫 습작은 ‘무언가를 잃고 각성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서사 없는 다크 판타지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중학생다운 투박한 설정이었지만,
그 시도 덕분에 나는 지금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디선가 ‘글쓰기의 최고 난이도는 덜어내기’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그 말을 떠올리는 순간, 나는 시를 생각했다.
덜어내고 또 덜어내어,
한 문장에 마음의 결을 담는 것.
그게 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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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 가지를 싫어했다.
급식에 나오는 흐물흐물한 가지는 보기만 해도 싫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처음 먹은 가지튀김은, 의외로 맛있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한 번의 나쁜 경험’만으로
‘싫어함’을 너무 빨리 결정해버렸던 것 같다.

혹시 시도 그런 건 아닐까?


시는 여전히 나에겐 어려운 장르지만,
“잡생각들을 사유로 빚어내면 시가 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시는 어떤 기분으로 쓰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도 시를 쓸 줄 모른다.
하지만, ‘쓰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걸, 이제는 안다.
아직 나는 가지를 자주 먹지는 않지만,
예전처럼 미워하지도 않는다.
시는, 언젠가 나에게도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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