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누구부터 없앨까?

기술이 아니라 계급과 비용이 순서를 정한다

by 잡생각 수집가

AI는 누구부터 없앨까?
기술이 아니라 계급으로 결정될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렇게 말해왔다.

"AI가 인간의 감정과 창의성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심리상담가, 예술가, 작가 같은 직업은 가장 마지막까지 남을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정작 AI가 가장 먼저 침범한 직업은 어디였을까?

그림 그리고, 음악 만들고, 글 쓰는 사람들이었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림 그리고, 음악 만들고, 글 쓰는 일은 기술적으로는 난이도가 높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분야는 ‘성과 대비 단가가 높다’는 인식이 있고, 작업자마다 퀄리티 격차도 크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일정 수준 이상만 구현되면 아티스트를 쓰는 비용보다 훨씬 싸게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게 되는 시장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AI가 투입됐고, 가장 빠르게 대체가 시도됐다.

사실 나도 주변에서 이런 현실을 느낀다.
웹툰 작가인 지인은, 17년째 IT 보안 업계에서 일해온 나보다 돈을 더 잘 번다.
그림은 단가도 높고, 작업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래서 AI가 이걸 빠르게 복제해낼 수 있다면, 그만큼 절약되는 돈이 어마어마하다는 뜻이다.


예술은 감정의 영역이라고들 하지만, 비즈니스에서는 결국 '단가와 속도'가 먼저 계산된다.
그래서 가장 먼저 AI가 밀고 들어온 분야가 예술이었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기존엔 일주일 걸리던 작업이 몇 분 만에 대량 생산되기 시작했다.

시간과 비용의 벽이 무너지자, 인간 작가들의 개성과 품질은 점점 설 자리를 잃었다.

AI가 그들의 일을 대신하게 되자, 사람들은 놀라워하면서도 위협을 느꼈다.

"너무 그럴듯하다"는 감탄과 함께, "이제 우리 일도 위험하겠구나"라는 불안이 동시에 퍼져나갔다.




반면, 기술적으로는 대체가 가능한데도 좀처럼 침범하지 못하는 직업군이 있다.

대표적으로 판사, 검사, 정치인, 교수, 회계법인 파트너, 병원장 같은 사람들이다. 왜일까?

그 직업은 '기술'이 아니라 '자리'를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AI가 판결문을 초안으로 작성하고, 정책 시뮬레이션을 도와주고, 논문을 정리해주는 건 이미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그런 도움을 받더라도, '최종 결정권'은 여전히 사람이 쥐고 있다. 정확히는, 쥐고 싶어하는 사람이 놓지 않는다.


기득권은 기술보다 강하다. 그래서 AI는 그 벽 앞에서 느리게 진입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AI에게 기득권이 아니면서 상대적으로 늦게 침범당할 지식군 직업은 어디일까?
많은 사람이 간과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예컨대 나도 LLM 기반의 자동 로그 분석 시스템을 구축해본 적이 있다.
처음엔 GPT API를 써봤지만, 토큰 비용이 감당 안 됐다.
작은 회사에서도 하루 100GB 이상 로그가 쏟아지는데, 그걸 조절해 넣어야 제대로 된 분석이 가능하다.
결국 로컬 LLM을 직접 서버에 올렸는데, GPU 성능이 성패를 좌우했다. 하드웨어 값도 비쌌고, 속도도 느렸다.

AI로 다 바꿔버릴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훨씬 더 복잡했다

(물론 파인튜닝자체를 해서 모델 자체를 특화 할 수 있지만 이 부분은 다른 이슈가 있다)


게다가 이런 시스템은 개인정보 이슈가 생기면, 결국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

이처럼 기술적으론 가능해 보여도, 돈이 너무 들거나 누군가의 책임이 요구되는 일은 의외로 침범이 느리다.


흥미로운 건, 같은 IT 업계 안에서도 이 침범 속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개발자들은 오히려 AI에 의해 더 빠르게 타깃이 되었다.

LLM 기술이 발전하면서 코드 생성, 디버깅, 테스트 자동화까지 AI가 상당 부분을 감당하게 됐고,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도, 기업 입장에서는 비싼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이유로 가장 먼저 침범된 것이다.


돈이 안 되고, 고도화도 필요 없고(필요하지만 기업의 수익실현 입장에서는 불필요), 하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

예를 들면, 서버 점검하는 현장 엔지니어, 이상징후를 모니터링하는 보안 관제 요원, 고객 시스템 백업 상태를 확인해주는 인프라 담당자 같은 사람들이다.

이런 직업은 대체할 수 있긴 하다. 문제는 그 돈을 들여가며 굳이 대체할 이유가 없다는 것.


오히려 이들은 AI 도입 시, 그럴듯한 명분용으로 겉에 하나 얹히고, 실제 일은 계속 사람이 한다.

싸고, 책임지고, 말 잘 들으면 남는다.

현실적이지만, 이게 진짜다.

결국, AI의 침범 순서는 기술적 난이도보다 '누가 권력을 쥐고 있고', '어디에 돈이 몰리는가'로 결정된다.


기술적으로 대체할 수 있어도,
권력이 있으면 막히고
돈이 안 되면 시도조차 안 되고
돈이 되면 바로 침범당한다
Y%3D

어쩌면 나는, 아직은 AI가 침범하기 애매한 위치에 있다.

너무 싸지도 않고, 너무 비싸지도 않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하는 일.
기계가 대체할 수는 있어도, 막상 책임질 사람은 결국 인간이 되어야 하는 구조.

그렇게 어정쩡한 엔지니어들이, 생각보다 오래 버틸지도 모른다.



…라고 말하지만, 사실 이건 내 입장에 유리하게 상상한 시나리오일 수도 있다.
살아남고 싶은 마음에 꿰맞춘 해석일지도 모르겠다.

AI가 누구부터 없앨지는, 기술이 아니라 구조가, 혹은 운이, 혹은 누군가의 선택이 정할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어쩌면 우리는 지금, AI 시대의 운명을 맞이하는 첫 세대일지도 모른다.

누구는 먼저 사라지고, 누구는 생각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그리고 그 이유는 실력이나 창의성이 아니라, 돈과 권력과 책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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