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게 맞던 시절, 교사가 맞는 시대

우리는 언제부터 중간을 잃어버렸을까

by 잡생각 수집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나는 선생님에게 싸대기를 맞은 적이 있다.
‘싸대기’라는 단어가 너무 세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랬다.


‘촥—’ 하는 소리.

그리고 나를 바라보던 반 아이들의 시선.
화끈한 볼보다, 쪽팔림이 더 먼저 밀려왔다.


그날 나는 출석 부를 때 딴생각을 하다 늦게 대답했다.
옆 친구가 내 옆구리를 찔러줬고, 그제야 “네!” 하고 소리쳤다.
분명 대답했는데, 선생님은 내 이름을 다시 부르지도 않고
나를 교탁 앞으로 불러세웠다.

그리고 말없이 따귀를 한 대. 아주 세게.

그 순간이 얼마나 강하게 각인됐는지,

그날 내 앞에서 출석을 불렸던 친구의 이름을

아직도 기억한다.

다시는 출석 부르다 혼나지 않으려고,

그 이름을 머릿속에 새기듯 기억했던 것 같다.


그 선생님은 나이 많고, 인상이 할머니 같았던 분이었다.
그 시절엔 선생님이 때리면 맞아야 하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나도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뭔가 잘못했겠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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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른이 되고 나서,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그 시절이 그랬다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에게 공개적으로 뺨을 때릴 만큼 큰 잘못이었을까?


어느 날, 어머니와 옛날 이야기를 하다가

"그때 내가 왜 맞았는지 잘 모르겠어"라고 말했더니,
어머니가 조용히 한마디를 덧붙이셨다.

그 선생님이 촌지를 노골적으로 요구하셨거든.

우린 안 줬잖아. 그래서 그랬던 것 같아.”


그제야 퍼즐이 맞춰졌다.

그 싸대기는 내 잘못이 아니라,
촌지를 거절한 부모님에 대한 ‘은근한 보복’이었던 거다.
그리고 그걸 어린 내가 감당해야 했다.


그 이후로 나는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좀 무서워졌다.
출석 부를 때마다 등을 곧게 펴고,
혹시라도 실수할까 봐 늘 눈치를 봤다.


그래도 다행히, 좋은 선생님들도 있었다.
내 말에 귀 기울여주던 분들.
그 덕분에 ‘모든 선생님이 그렇진 않다’는 걸 배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사람에 대한 첫 인상처럼
처음 받은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요즘엔 오히려 선생님이 학생에게 맞는 시대다.
학생에게 욕을 들었다는 교사,
학부모 민원 때문에 병가를 내는 교사,
교무실 문을 닫고 수업을 거부하는 교사들.
교권이 무너졌다는 말은 더 이상 과장도 아니다.


유튜브에서 언젠가 본기억이 있다.

요즘엔 학생 지도를 할 때마다
교무일지에 기록을 꼼꼼히 남긴다고 한다.
혹시라도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정당한 교육 활동이었다"는 증거가 되어야 한다며.

세상은 변했는데, 그 변화가
교사들을 이렇게 조심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의 이 이상한 풍경은,
우리 세대가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어릴 적엔 ‘참고 견디는 법’을 강요당했고,
그걸 못 견디던 우리 중 일부는 이제
교사에게 유난을 떨고, 지나친 보호를 외친다.


참, 우리는 왜 이렇게 중간이 없는 걸까?


매번 끝에서 끝으로만 움직이는 이 사회에서,
누가 먼저 ‘적당한 선’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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