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 싶은데, 쉬는 것도 피곤할 때가 있다
예전엔 게임을 좋아했다.
정확히 말하면, 게임을 하는 내가 좋았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면, 내가 기다리는 건 밥도, 술도 아닌 접속이었다.
그땐 블레이드 앤 소울, 줄여서 블소라는 MMORPG에 빠져 있었다.
밤마다 캐릭터를 키우고, 던전을 돌고, 아이템을 맞추는 그 일련의 루틴이
어떤 날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았다.
물론 피곤할 때도 있었다.
그래도 했다.
그건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하고 싶었던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요즘은 게임이 피곤하다.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할 수가 없다.
얼마 전, 아내가 “로스트아크 같이 해볼래?” 하고 물었다.
나는 흔쾌히 좋다고 했고, 설치도 했다.
그런데 막상 게임을 실행해보니…
화면을 보는 순간, 피로감이 몰려왔다.
UI는 복잡했고, 해야 할 건 너무 많았고,
뭔가를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지쳐버렸다.
게임이 아니라 일거리 같았다.
그래서 게임을 끈 뒤, 나는 유튜브 쇼츠를 켰다.
그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말을 걸지도 않았고, 조작법도 없었다.
그저 내가 멍하니 보고 있으면,
새로운 화면이 알아서 이어졌다.
그건… 게임보다 쉬웠다.
그리고, 어쩐지 좀 더 무기력했다.
이따금 생각한다.
내가 진짜 게임을 안 좋아하게 된 걸까?
아니면 지금의 내가, 뭔가를 ‘시작할 에너지’조차 잃어버린 걸까?
예전엔 그 복잡한 던전도 신나서 뛰어들었는데,
지금은 30초짜리 동영상조차 건너뛰고 싶어진다.
다들 그런 시기를 겪는 걸까.
넷플릭스를 켜놓고 10분 동안 뭘 볼지 못 정해서 끄는 친구,
스팀 라이브러리에 수십 개 게임이 깔려 있는데도 아무 것도 못 고르는 사람,
게임 켜놓고 로딩만 보고 접는 나.
우리는 ‘하고 싶은 게 없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걸 할 기운이 없는 시대에 사는 중인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게임을 좋아하고 싶다.
그걸 시작하던 나,
몰입하던 나,
아무 생각 없이 밤을 새우던 나를,
한 번쯤 다시 만나보고 싶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게임을 안 하면서도 게임 리뷰를 본다.
그걸 보면, 뭔가… 내가 아직 게이머인 것처럼 느껴지니까.
게임은 하지 않아도,
그 세계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이 잠깐 달래진다.
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지금은 그냥, 보기만 하는 게 덜 피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