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은 시간을 공유한 사람들만의 암호다
며칠 전 유튜브 쇼츠를 보다가 한 장면에서 멈췄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중년 연예인이 “요즘 밈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라고 말하자, 옆에 있던 젊은 MC가 웃으며 “세대 차이죠. 저희도 하루 안 보면 바로 못 따라가요”라고 맞장구를 쳤다.
처음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곧 생각이 달라졌다.
나는 나이를 먹었지만 여전히 밈을 즐기고 소비한다.
심지어 어린 친구들처럼 같은 밈을 반복 재생하며 웃기도 한다.
그런데도 어떤 밈은 한 번에 웃기고, 어떤 건 전혀 웃음이 안 나올 때가 있다.
그 차이는 정말 ‘세대’ 때문일까.
음악을 떠올리면 얘기가 다르다.
나 역시 최신 음악보다 학창 시절에 들었던 노래를 더 자주 듣는다.
그건 취향의 문제다. 감정과 멜로디, 그리고 그 시절의 추억이 음악을 붙든다.
하지만 밈은 취향과 조금 다른 결을 가진다. 밈은 ‘맥락 의존형 콘텐츠’다.
처음 쓰였던 장면과 상황을 알고 있어야,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러 번 노출돼야 웃음이 터진다.
이건 반복 개그와 구조가 똑같다.
반복 개그에는 일정한 흐름이 있다.
첫 노출에서는 관객이 상황을 이해하느라 웃음이 덜 나온다.
그 설정이 두세 번 반복되면 ‘아, 이 패턴이구나’ 하고 예상 가능성이 생긴다.
그러다 같은 구조 안에서 살짝 다른 요소를 넣어 변형하면 웃음이 커지고,
완전히 엉뚱한 맥락에서 갑자기 등장하면 폭발적인 웃음을 만든다.
밈도 마찬가지다.
원본 밈을 처음 본 사람은 ‘그냥 웃기네’ 정도로 반응하지만,
비슷한 상황에서 계속 보면서 머릿속에 각인되고,
그 상태에서 전혀 예상 못한 순간에 다시 만나면 기존 기억과 새로운 맥락이 충돌하면서 크게 웃게 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유행한 후드 밈은 그 문화권에서만 통하는 은어, 제스처, 분위기를 담고 있어 처음 보는 사람은 그냥 ‘이상한 장면’ 정도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 몇 번 노출돼 그 문화를 이해하게 되면,
같은 영상이 다른 밈으로 변주될 때 훨씬 더 크게 웃을 수 있다.
밈의 또 다른 특성은 속도와 수명이 반비례한다는 점이다.
유통 속도가 빠를수록, 따라잡지 않으면 바로 맥락에서 밀려난다.
반대로 오래 살아남는 밈은 속도가 느리거나, 활용도가 높다.
특정한 사건에만 쓰이는 밈은 금방 소멸하지만,
어디에나 붙일 수 있는 밈은 몇 년이 지나도 재활용된다.
‘활용도’가 높다는 건 맥락을 크게 타지 않고,
다양한 상황에 끼워 넣어도 어색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래서 어떤 밈은 태어난 지 10년이 넘어도 여전히 쓰이고,
어떤 건 2주 만에 사라진다.
결국 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건 세대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얼마나 다양하게 그 밈을 접했는가다.
10대가 밈을 잘 아는 건 젊어서가 아니라
하루 종일 밈이 흐르는 환경에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40대라도 SNS와 커뮤니티를 꾸준히 한다면
최신 밈에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
밈은 나이보다 노출량에, 그리고 속도와 활용도라는 고유한 속성에 지배받는 문화다.
아마 나는 앞으로도 최신 노래 대신 옛날 노래를 들을 것이다.
하지만 밈은 다를 것이다.
밈의 이해도와 생존 기간을 결정하는 건 세대가 아니라,
내가 그 장면을 얼마나 자주, 얼마나 다양한 맥락에서 만났는가,
그리고 그 밈이 얼마나 많은 상황 속에 녹아들 수 있는가이기 때문이다.
밈은 세대가 아니라 시간을 공유한 사람들의 암호다.
그 암호를 해독하는 건 나이보다, 같은 시간을 함께 보낸 횟수다.그리고 그 시간을 얼마나 즐겼는지가, 웃음의 크기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