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 좀 주세요, 브런치

쌓여가는 글, 정리할 방법은 없다는 사실

by 잡생각 수집가

브런치에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내글에 카테고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회사생활 이야기, 사회 현상에 대한 내 생각, 그리고 그냥 개인적인 잡생각들.
처음엔 신경 안 쓰고 막 썼다. 그런데 시간이 쌓이니까 점점 눈에 들어온다.
“아, 이건 회사생활 카테고리네.”
“이건 그냥 내 잡생각들이네.”


벌써 회사생활 관련 글만 열 편 가까이 쌓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전혀 정리가 안 된다는 거다.
나는 단순히 글을 폴더처럼 묶어두고 싶다.
그냥 주제별로 구분해두고, 새로운 글이 생기면 그 안에 차곡차곡 추가하고, 나중에 필요하면 순서도 다시 맞춰보고.


이게 내 욕심이다.
왜냐면 내 글을 읽어주는 구독자분들이 많진 않지만, 그분들에게만큼은 작은 배려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보고 싶은 주제만 선택해서 볼 수 있게 하고 싶다.
회사 얘기만 보고 싶으면 회사 얘기만, 잡생각만 보고 싶으면 잡생각만.
내가 원하는 건 그 단순한 구조다.




그래서 브런치 안에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매거진.
‘오, 이거다! 드디어 폴더다!’ 싶었다.
근데 아니었다. 매거진은 기존 글을 불러올 수가 없다.


무조건 새 글을 써야 한다.
심지어 구독자도 따로 생긴다.

구독자가 나뉘고 새글로만 채워야 하는 순간, 그건 내가 원한 그림이 아니었다.
나는 그냥 하나의 채널에서, 글만 카테고리처럼 나뉘길 바랐을 뿐인데.


그다음엔 연재.
챕터처럼 이어 붙이면 괜찮을 것 같았다.
근데 이게 또 문제였다. 연재는 애초에 기획과 마감을 전제로 한다.
“첫 화, 둘째 화, 셋째 화…”

딱딱 끊어서 꾸준히 써야 한다.


나는 자유롭게 쓰고 싶은데, 이건 오히려 “꾸준히 내라, 책임져라” 하는 압박만 준다.
웹툰 작가 시절에도 마감 스트레스에 시달려봤다.
그걸 또, 브런치에서까지 겪어야 하나 싶었다. 막말로.... 돈 받는 것도 아닌데.

게다가 더 답답한 건, 기존 글을 활용하기 애매하다는 거다.
내가 이미 쓴 글들을 그대로 연재로 내보내자니, 구독자 입장에서는 알람 폭탄처럼 울려댈 게 뻔하다.


“어제 본 글인데, 또 연재 알림으로 올라왔네?” 이런 꼴이 될 거다.
그렇다고 새 글을 쓴다?
결국 같은 내용을 리터칭해서 다시 써야 한다.

그럼 중복이다.
기존 글을 빼고 새로 쓰자니, 그럼 또 구멍이 송송 뚫린다.
연재가 아니라 땜빵이 되는 셈이다.
이것도 답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본 게 브런치북(완결).
‘좋아, 이건 책처럼 묶는 거니까 딱이겠네.’
근데 여기도 치명적인 구멍이 있었다.
한 번 완결하면, 글을 추가할 수가 없다.

오타 하나, 작은 오류 하나도 고치기가 힘들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진짜 문제는 만약 지금 상태에서 회사생활 글을 묶어버리면?
중간이 이빨 빠진 채로 발간된다.
그리고 그 빈칸을 나중에 채워 쓰더라도, 그건 ‘회사생활 2권’에 들어가 버린다.
무슨 타임리프 소설도 아니고, 흐름이 뒤죽박죽이다.
물론 내 글이 소설은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연대기는 있지 않은가.
내가 걸어온 직장 생활에는 순서가 있고, 그 순서에 맞춰 읽혀야 맥락이 이어진다.
그런데 시스템은 그걸 허용하지 않는다.


하다못해 내 글이 기술 관련 내용 이었다면?

예를 들어 AI 주제라고 가정하면 개념부터, 활용도, 한계, 200%활용하기 등등 목차화하고 쓰기는 쉬울것이다.

그런데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가장 어울리고 많은게 에세이 인데...

쉽게나올수 있는 문제인 뒤죽박죽 상황을 정리할수 조차 없다면....




나는 그저, 글이 쌓이면 어느 순간 “아, 이건 회사생활 카테고리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폴더처럼 정리할 수 있길 바랐다.
나중에 필요하면 글을 재배치해서 독자들에게 정리된 상태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추가글이 있다면 그 카테고리에 추가글도 더 쓰고 말이다.
그게 단순히 나를 위한 정리 이기도 했지만, 구독자에 대한 배려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브런치 시스템은 그 단순한 걸 전혀 허락하지 않는다.
매거진은 구독자가 쪼개지고, 연재는 마감 압박과 중복 문제가 생기고, 브런치북은 완결과 함께 문이 닫힌다.
선택지는 있는 것 같지만, 내가 원하는 방식은 하나도 없다.


“나는 그냥 글을 쓰고 싶을 뿐인데, 왜 정리하는 문제에서 이렇게 답답해야 하지?”
글은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데, 정리는 내 마음대로 못 한다.

뭔가 방법이 생길 때까지는, 나는 앞으로 브런치북이나 매거진은 절대 하지 않을 거다.
그냥 지금처럼 쓰고 쌓을 거다.


그러다 언젠가 글이 쓰레기통처럼 뒤죽박죽 쌓여서 혼란스러워지는 날이 오면?
그땐 아마 다른 사이트나 노션으로 정리를 하게 될것같다.
아니면… 언젠가 브런치에 드디어 ‘폴더 기능’ 같은 게 생기거나?
그때까지는 그냥 이 답답함을 안고 가는 수밖에 없다.


어쨌든 오늘도 나는, 답답함을 쌓아두는 또 하나의 글을 남긴다.

yg%3D

좀 만들어 주쇼!!!

keyword
작가의 이전글중소기업, 진짜 가지 말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