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을 포기하는 사람들

회사에겐 편리한 제도, 직장인에겐 고단한 굴레

by 잡생각 수집가

회사에 다니다 보면 언젠가 한 번쯤은 맞닥뜨리는 순간이 있다.

“팀장을 해보는 게 어때?”

혹은 “이번에 너 팀장으로 올리려고 해.”

예전 같았으면 그 말은 축하할 일이었다.


실제로 내가 신입사원일 때만 해도 누군가 대리로 승진했다 하면 부서 사람들이 모여 박수를 쳤다.

케이크를 사 와서 나눠 먹고, 삼겹살집에서 소주잔을 부딪쳤다.

그게 바로 ‘승진턱’이었다.

승진은 곧 성장의 증거였고, 희망의 계단처럼 보였다.

“저 사람도 대리 달았네. 나도 곧 차례가 오겠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며, 조금은 버틸 힘을 얻었다.




그런데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누가 승진 소식을 들려주면 속으로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많다.

“큰일 났네, 고생길 열렸네.”

나 역시 좆소기업,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중소기업에서 오래 버텨본 경험이 있다.

덕분에 많이 배웠다.

억지로라도 어떻게든 굴러가게 만드는 능력을. 아이러니하게도, 내 성장은 좆소 덕분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구조가 얼마나 사람을 소모시키는지도 똑똑히 알고있다.


중견기업 이상에서는 적어도 ‘테이블’이라는 게 있다.

직급과 연봉이 어느 정도 연동되고, 공식적인 승진 체계가 존재한다.

과장이면 얼마, 차장이면 얼마 하는 기준이 명확하다.

하지만 많은 중소기업에는 그런 게 없다.

조금 일하다가 ‘잘한다’ 싶으면, 혹은 윗사람이 퇴사하면 그냥 팀장이 된다.


그런데 연봉은?


거의 그대로다.

많아야 몇 십만 원, 보통은 고작 10만 원 안팎의 ‘팀장 수당’ 같은 게 붙는다.

책임은 늘어나는데 권한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팀장인데도 직원 연봉 인상률이나 평가에 전혀 관여할 수 없다.

회의에서는 욕받이가 되고, 실적은 “리더니까 더 내라”는 압박이 따라온다.

그러니 누가 리더를 하고 싶겠는가.


더 어이없는 경우도 있다.

유튜브 드라마 좋좋소를 본 적 있는가?

사장은 신규 입사자가 들어오자, 그냥 그보다 먼저 들어온 사람을 주임으로 올려주고, 그 위 사람은 대리로 올려준다.

그야말로 줄세우기 승진.

현실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본 적 있다.


“이제 막 들어온 신입이 있으니, 니가 선배잖아? 그럼 대리 달아.”

협상도 없고, 보상도 없다.

그냥 직함만 던져주고 책임만 더 얹어준다.

사람들 얼굴에 떠오르는 건 희열이 아니라 허탈함이다.

“아… 이제 집에 늦게 가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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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다시 말해 이 구조는 소수의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겪는 일상이다.

승진이 보상이 아니라 책임 전가가 되는 구조.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승진을 좋게만 생각하지 않는다.


“저 자리 올라가면 돈은 그대로인데, 욕은 두 배로 먹겠지.”

예전에는 승진이 성장의 증거였다.

하지만 지금은 회사가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그 사실을 눈치챈 사람들이 하나둘, 승진을 포기한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승진을 거부한다.


승진은 더 이상 희망의 계단이 아니라, 내려가고 싶은 사다리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승진은 여전히 성장의 증거일까?

아니면 회사가 책임을 떠넘기는 또 다른 방식일까?

그리고, 우리는 언젠가 다시 승진을 축하할 일로 만들 수 있을까?

아니면 승진을 거부하는 시대가 새로운 표준이 되어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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