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관성의 법칙

멈춰 있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할 때

by 잡생각 수집가

관성의 법칙은 물리학 교과서 속 문장으로만 배웠다.
‘운동 상태에 있는 물체는 계속 운동하려 하고, 정지해 있는 물체는 그대로 있으려 한다.’

뉴턴의 제1법칙. 시험 문제에서나 보던 개념이었다.

그런데 최근 나는, 이 법칙이 물리학을 넘어서 내 마음에도 적용된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다.


10년 만에 집을 이사하게 됐다.
정확히 말하면, 와이프가 집을 팔겠다고 본격적으로 나서기 전까지 나는 움직일 마음이 전혀 없었다.

“넓은 집으로 가면 좋지 않아?”
와이프가 가끔 툭 던질 때마다, 나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뭐… 이 집 팔리면… 그때 생각해보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속으론 팔리지 않기를 바랐다.

어차피 지금도 사는 데 불편이 없고, 내가 들고 있는 주식과 코인을 몽땅 정리해야만 더 큰 집을 살 수 있었으니,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래서 부동산 한 군데에만 매물을 올려두고, 그냥 내버려 뒀다.


석 달 동안 집을 보러 온 사람은 단 두 명.
그중 한 명은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불발이 됐는데, 그 순간 이상하게 안도감이 밀려왔다.

‘다행이다. 이사 준비 같은 거 안 해도 되겠네.’

그런데 어느 날, 와이프가 다른 부동산에 집을 등록했다.
그리고 바로 손님이 찾아왔고, 계약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진행됐다.

놀랍게도 그 순간부터 내 마음도 급해졌다.

“이러다 우리 길거리에 나앉는 거 아냐?”
정식 계약서에 도장도 찍기 전에 부동산 앱을 뒤적였고, 결국 3일 만에 새 집을 결정했다.




웃긴 건, 10년 동안 움직이지 않던 내가,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니 속도가 상상 이상이었다는 점이다.
가속도가 붙는 공처럼, 내 발걸음도 점점 빨라졌다.


회사 생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는 한 번 들어가면 오래 다니는 편이었다.

평균적으로 5년은 넘게 있었다.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건 두려웠다.
낯선 동료, 새로운 규칙, 내가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
그리고 현실적인 안주. ‘지금도 괜찮은데 굳이 옮길 필요 있을까?’라는 합리화.


주변에서는 늘 말했다.

“너무 오래 있으면 고인다. 썩는다. 이제 움직일 때 되지 않았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정지해 있는 물체가 스스로는 잘 움직이지 못하듯, 내 마음에도 무거운 관성이 붙어 있었다.

그러다 결국 움직이기로 했다.


그렇다고 일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지원서를 쓸 때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고개를 들었고,
면접을 앞두고 괜히 속까지 불편해졌다.
하지만 멈춰 있을 때와는 달랐다.
불안하더라도, 크든 작든 실제로 무언가 ‘움직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관성의 법칙은 과학 교과서에만 있는 게 아니다.
현실 속 우리 삶에도 그리고 마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처음엔 움직이기 어렵다.

현실에 머무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우리를 붙잡는다.
하지만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에너지가 우리를 앞으로 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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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이든 흐름이든, 나는 지금 다시 마음이 달리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새로운 집에서, 새로운 일에서, 다시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억지로가 아니라, 어쩌다 보니 움직이게 되었다.
중요한 건, 그 한 발이 생각보다 많은 걸 바꾼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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