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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민지 Jun 24. 2023

나는 슬플 때 ‘하입뽀이’를 춰

  지코가 만든 ‘아무노래’ 챌린지가 한창 유행했을 때 유튜브, 인스타그램에서 보던 댄스를 길, 노래방, 호프집에서 보게 되었다. 힙한 가사와 귀여운 춤은 어딘지 모르게 따라 하고 싶었다. ‘왕년에’ 음주가무를 즐겨본 사람의 자존심으로 ‘아무노래’ 챌린지를 화장대 앞에서 따라 해보는데 뚝딱뚝딱 어딘지 모르게 어설픈 뚝딱이 하나가 서있었다. 소위 ‘춤선’이라고 불리는 그것이 분명 20대에는 있었던 것 같은데, 조립을 잘못한 기계처럼 끼익 끼익 거리는 꼴이라니.


  슬프게도 ‘아무노래’에서 무너진 자존심은 ‘헤이 마마’에서 또 한 번 고배를 마시더니 노래방에서 두 엄지나 치켜세우고, 골반이나 살랑살랑 흔들기 시작했다. ‘전국노래자랑’ 재질의 ‘댄스’를 뽐내고 있으면 흥은 나지만 어딘지 모르게 슬픈 상태에 빠지곤 했다. 그래도 아직은 엄정화의 ‘초대’나 이정현의 ‘와’ 같은 노래들이 흘러나오면 관절 튼튼한 어르신처럼 스텝을 밟고, 고개를 미친 듯이 흔들어 재낄 수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내가 출 수 있는 최신 댄스곡인데, 그마저도 한곡 제대로 흔들어버리면 5분은 자리에 주저앉아 헥헥 대어야 한다.


  요즘 댄스곡의 댄스가 가히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렵고 복잡한 것은 맞지만, 아직 나는 그 어려운 동작들을 조금은 기꺼이 해내고 싶은 ‘꼰대’로서의 욕심이 있는 듯하다. 유튜브 숏츠로 ‘무슨 노래 들으세요?’라고 물으면 100명 중 99명이 ‘뉴진스의 하입뽀이요~’(하입보이가 아니라 꼭 하입뽀이라고 발음하고 싶다. 양해해 달라.)하면서 하입뽀이 춤을 추는 것을 보고 그 젊음과 생기가 부러워 샤워를 하다 말고 팔을 돌려보고, 머리, 어깨를 차례대로 터치하며 손을 힙하게 뻗어보기도 한다.


  하입뽀이가 모두의 마음을 뒤흔들 때 나는 열심히 팔, 다리를 흔들어봤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비슷한 시기에 모두가 지코의 ‘새삥’을 따라 출 때 이상한 오기가 생겨 밤낮 할 것 없이 유튜브에 나오는 ‘새삥 쉽게 추는 법’ 영상을 보고 추고 또 추고를 반복했다. 이 안무를 외운다고 떡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단지 이 힙한 트렌드의 버스를 타고 싶어서 안달이었다. 결국 땀을 뚝뚝 흘리며 연습하기를 여러 날에 나는 드디어 1배속으로 그 춤을 따라 출 수 있게 되었다. ‘훗, 아직 죽지 않았군.’


  그 후에 나오는 댄스 챌린지를 모두 섭렵하며 따라갈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노래방에서 엄지만 치켜세우고 있지는 않는다. 세븐틴의 ‘손오공’이 나오면 손가락으로 이마는 한 번 짚어주고, 부석순의 ‘파이팅 해야지’에서는 ‘파이팅’ 정도는 따라 한다. 이쯤에서 드는 의문은 이렇게 춤을 배운다는 것으로 내 나이가 35살에서 25살이 되는 것도 아닌데, 마음은 25살도, 20살도 되게 만들어주는 것에서 얻게 되는 젊음의 기운이 퍽 좋기 때문이다.


  이렇게라도 부지런히 배워놔야 55살에는 임영웅과 아이브를 동시에 사랑하는 마음 넓은 중년이 되지 않을까 싶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20년 뒤에 아이돌 노래가 나오면 저게 노래냐며 비아냥대는 꼰대보다는, 라떼는 god가 짱이었다며 god얘기만 주구장창 말하는 꼰대(계상오빠 사랑해요.)보다는, 이번에 유행하는 그 그룹의 OO춤이 정말 멋지다고 흉내라도 내보는 그런 꼰대이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야 35살 지금, 55살의 나이 많은 친구는 없지만, 내가 55살이 되면 25살의 젊은 친구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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