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를 신청해서 떨어졌다. 1달 후 다시 신청해서 통과되어 기뻤다. 통과만 되면 잘 쓸 것 같았다. ‘반백년에 가까운 내 인생’이라는 풍성한 소재를 글로 옮기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커서는 깜빡이는데 내 손은 멈춰 있었다. 어렵게 쓰고 읽어보면 같은 내용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런 부분을 걷어내면 작은 분량의 글만 남았다. 글을 꾸준히 올리고 싶었는데 쓰는 속도가 느리다 보니, 이제 브런치의 ‘내서랍’은 비었다. 초조하다. 머리 안을 가득 채웠던 생각과 쏟아내고 싶던 마음은 다 뭐였을까?
잘 쓰고 싶다. 생각을 글로 정확하게 적고 싶다. ‘내 맘을 나도 몰라.’하다가 알 수 없는 곳으로 가게 될까 봐 두렵다. 쓰고 나면 생각이 잠잠해지면서 상황이 조금은 정리된다. 거기에 더해서 다른 사람이 읽었을 때 재미와 울림이 있으면 좋겠다. 여기에 욕심내고 있어 쓰기 어려운 걸까?
쓸 내용이 부족하다. 계획 세우고 지키지 못해 다시 계획을 세우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어서 새로운 이야기가 없었다. 비슷한 시간을 반복하며 살고 있었는데 시간이 흐른 만큼 이야기가 누적되었다고 착각했나 보다. 못난 반복을 글로 쓰면서 부끄럽고, 재미없는 못난 반복에 대해 계속 써도 괜찮을지 혼란스럽다.
그래도 써서 마무리를 짓고 싶다. 엉성해서 아쉽지만 그것도 나의 일부다. 지금의 모습을 미래의 나를 위해 남겨놓고 싶다. 내 기억은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에 말하다가 말하려던 내용을 까먹거나 이틀 전에 일도 가물가물 하다. 나의 기억은 의심스러워졌고 그만큼 신중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내가 또 누구인가? 바로바로 신중해질 수 없는 사람이라서 정확하지 않은 기억에 새로운 기억을 덧대고 있다. 언젠가 지나간 시간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반짝이기만 했던 것처럼 오해하여 현실을 슬퍼할까 봐 지금을 글로 남겨둔다. 지금의 글도 완벽하게 솔직하지 못하고, 지금을 모두 담아내지 못했으니 감안하고 보라고 기록해 둔다.
바라던 모습과 가까워져 생이 끝나기를 바란다. 끝나는 날을 자꾸 떠올리는 게 마음에 안 든다. 그럴 시간에 지금을 더 잘 살 생각을 해야겠지만, 아예 그런 생각 없이 살 수 있는 나이도 아니다. 지금은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느껴진다. 과거가 가져온 현재와, 현재가 가져올 미래를 모두 느낄 수 있어서 인생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때 같다. 멀지 않은 때에 과거는 흐려지고 현재는 무료하고 미래가 느껴지지 않을 때가 올 것이다. 그때 젊은 시절도 마냥 밝지 않았고, 미래에 대한 희망만큼 막막함도 있었다고 알려주고 싶다. 지금 써놓은 글이 약해져 가는 모습을 너무 슬퍼하지 말라는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결국 나를 위해 쓰고 있으니, 부지런히 쓰라고 이야기를 남긴다. 아무튼 끝까지 써보자고 다짐하니 믿을 수 없는 나를 또 믿어가며 사는 것도 괜찮은 인생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