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편안한 속을 챙기는 - 채식 (1) 빅맥을 야식으로 먹던 사람
(1) 빅맥을 야식으로 먹던 사람
나는 고기를 좋아했다. 바싹 구운 삼겹살과 먹는 상추쌈을 좋아했고 푹 익힌 들깨 삼계탕은 영혼의 안식을 주는 음식이라며 기운 빠지는 날에는 챙겨 먹었다. 퇴근길에 빅맥을 사서 집에 서 야식으로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러던 내가 지금은 고기와 멀어졌다. 그리고 육류와 거리를 두고 산 지 10년 정도 되었다. 어쩌다 멀어졌는지 돌아본다.
불편한 사람과 함께 고기를 먹고 심하게 체했다. 모든 것을 게워내고 지쳐버렸다. 보통 때는 체해도 금방 괜찮아져서 떡볶이가 먹고 싶어졌다. 그래야 아픈 게 싹 나을 것 같았고, 실제로 떡볶이를 먹으며 치료가 종료되었다고 여겼다. 그런데 이 때는 빨리 좋아지지 않고 체했던 날 먹었던 고기 냄새가 싫어졌다. 힘든 일로 예민할 때라 더 그랬던 것 같다. 나의 소화력과 스트레스 수용력은 비슷하다. 다만 소화력과 식탐은 다른 영역이라 소화가 안 되어도 어리석은 식탐을 부려서 결국 탈이 났다. 아무튼 이번에는 식탐도 부리지 못할 만큼 심하게 체했다.
이렇게 된 김에 채식주의자가 되어 볼까? 채식을 하면 살도 빠지고 피부도 놀랍게 좋아진다던데, 고기도 당분간 못 먹겠으니 채식을 해보자. - 이렇게 시작했다. 동물복지나 환경을 위한 숭고한 시작은 아니었다. 물론 채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니 이런 내용들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육류가 인류에게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임은 분명했지만 고기, 특히 가공된 육류를 많이 먹는 일상을 돌아보게 되었다.
채식을 시작하면 밖에서 먹을 게 없어서 외로워진다. 밖에서 고기를 피하고 밥을 먹기란 생각보다 어려웠다. 지금은 채식에 관심이 높아져서 채식 식당도 늘고, 여러 매체에서 활발하게 소개도 하지만 내가 시작한 시점은 이만큼의 환경도 아니었다.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밥을 먹기가 어려워 결국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다. 점심 먹으러 나가서 식당에 고기가 없는 메뉴가 있으면 다행이지만, 아니라면 다른 식당에 가자고 사람들에게 설명하기가 곤란했다. 도시락이 맘도 편하고 속도 편했다.
채식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나는 육류만 안 먹고 유제품, 계란, 생선은 먹는 ‘페스코’로 채식의 첫걸음을 떼었다. 이제 10년이나 지났으니 변화를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