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못 치우고 못 버리는 아이

5. 좋은 공간에 있게 하는-공간정리 (1) 못 치우고 못 버리는 아이

by 삶속의마음




(1) 못 치우고 못 버리는 아이




국민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갑자기 반 아이들에게 자리에서 나와 교실 뒤쪽으로 모이라고 하셨다. 우리들은 뒤로 모여 조잘거리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선생님은 돌아다니시면서 책상 서랍을 보시고 ‘여기는 누구 자리지?’하고 확인하셨다. 평상시에 정리를 잘하는지 보려고 하신 거다. 그제야 눈치를 채고 내 책상 서랍을 보았다. 서랍을 꽉 채운 책과 공책들은 엉켜서 삐죽삐죽 나와 있었다. 선생님은 내 자리에 멈추셔서 ‘누구 자리지?’하셨고 나는 아주 조그맣게 ‘저요’라고 대답하고는 얼굴이 빨개졌다. 내 서랍은 왜 저렇게 복잡하지?

나는 정리를 못하고 물건을 못 버렸다. 그래서 서랍은 어수선하고 가방은 무거웠다. 정리는 한다. 책상을 다 뒤집어 하루 종일 정리하며 다시 어지르지 말아야지 결심한다. 그런데 오래 유지가 안 되었다.


어릴 때 나는 욕심이 많았다. 시작을 했으면 마무리도 해야 하는데, 여러 가지 일을 시작만 했다. 계획을 무리하게 세우고 지키지 못하겠으니 불안해서 마무리가 잘 되지 않았다. 욕심낸 일은 많고 책상은 좁아서 혼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리고 물건을 못 버렸다. 이건 언젠가 쓸 것 같고, 저건 특별한 추억이 있어서 정리하려 물건을 꺼내도 결국 다시 서랍 안으로 돌아갔다. 그러니 다시 복잡해졌고, 어디에 두었는지 모두 기억할 수 없으니 정리를 하는 데도 물건을 찾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아빠는 내가 깔끔하게 정리하고 자신의 일을 또랑또랑하고 동생들도 꼼꼼히 챙기길 바라셨지만 나는 허술하고 야무지지 못했다. 그래서 자주 혼났다. 정리 못하던 어린이는 정리 못하는 어른이 되었다. 다 키웠는데도 여전히 어수선한 나를 보고 아빠는 폭발하셨다. 동생에게서 ‘아빠가 언니 짐을 다 현관에 내놓고 계신다.’고 전화가 왔다. 놀라서 가보니 진짜로 내 짐이 다 나와 있었다. 아빠도 나도 여기까지 와서는 안 되었는데 이런 일까지 벌어졌다. 아빠도 순간 화가 나서 그렇게 하시고는 더 말씀은 안 하셨지만, 나는 그 상황이 무섭고 짜증도 나고 갑갑했다. 내던져진 짐을 정리하며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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