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좋은 공간에 있게 하는-공간정리 (4)한꺼번에 해봐야 나만 힘들어
(4) 한꺼번에 해봐야 나만 힘들어
한꺼번에 치우기는 대부분 실패했다. 힘들게 치워도 다시 복잡해졌다. 그래서 가까운 곳부터 매일 쓰는 물건들부터 조금씩 정리하기로 바꾸었다.
먼저 지갑을 정리했다. 매일 영수증과 현금이 들락날락하느라 지갑은 자꾸 뚱뚱해졌다. 우선 영수증을 모두 꺼내서 가계부를 적고 보관이 필요한 영수증만 따로 파일에 보관했다. 잘 안 쓰는 쿠폰과 필요 이상 많은 현금과 동전도 정리했다. 지출 횟수를 줄이고, 영수증이 생긴 날은 가계부를 쓰고 정리하자 지갑은 점차 날씬해졌다. 장지갑에서 필요 없는 카드들도 내보내니 반지갑으로 충분했다.
식탁은 식사 후 바로바로 정리한다. 책상을 쓰면 다음 작업을 하기 전에 치우려고 노력한다. 원래 못 치우는 사람이라 습관이 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성격이 급해 이것저것 다 해야 하는데 치우고 다음 일을 하려니 귀찮았다. 하지만 몰아서 치우면 바로 치울 때보다 힘들고 시간도 훨씬 더 걸린다. 몰아서 치우기조차 미루면 나의 공간은 혼돈에 빠져든다.
치우는 속도가 어지럽히는 속도를 조금씩 앞서기 시작했다. 시간을 두고 공간을 나누어 정리했다. 오늘은 서랍 한 칸, 내일은 싱크대 찬장 한 칸 - 이렇게 하니 정리가 덜 부담스러웠다. 비우기를 위해 큰 장바구니에 버리려는 물건을 한 달간 담아 둔다. 필요하거나, 필요할 것 같으면 제자리로 돌려놓고, 아니면 치운다. 이 장바구니로 인해 비우기에 대한 부담이 덜어졌다. 연말에는 2년간 사용하지 않은 물건을 추려내서 비우고 있다. 2년간 사용하지 않았다면 내 생활과 이미 멀어진 물건이라 판단했다. 그럼에도 집에는 많은 물건이 있다. 나의 부족한 판단과 여전한 미련 때문이지만 나아지리라 기대한다.
요즈음 집이 깔끔하다는 칭찬을 듣는다. 그러나 칭찬하며 수납장과 냉장고를 열어보려는 사람은 싫다. 재빨리 다가가 ‘함부로 열지 말아 주세요! 아직은 숨길게 많은 정리 초보자입니다.’라고 말하고 살짝 열리려던 문을 꼭 닫는다. 아무튼 다른 이에게 집이 깔끔하다는 칭찬을 듣다니 성공이다. 나도 나를 칭찬한다. 좋은 공간에 있게 하는데 내 공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