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자리에

5. 좋은 공간에 있게 하는-공간정리 (6) 제자리에

by 삶속의마음




(6) 제자리에




연세 많으신 아빠에게는 오래된 물건이 많다. 요즈음 ‘아무리 뒤적뒤적해 봐도 없다. 어디다 뒀을까?’라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아빠는 물건들과 숨바꼭질을 하신다. 추억이 되어야 할 물건들이 오히려 아빠를 혼란스럽게 한다. 최근에는 고등학교 때 받은 수학경시대회 상장을 찾으셨다. 찾는 내내 ‘내가 잘 뒀는데, 내가 얼마 전에 봤는데.’하며 안타까워하셨다. 결국 찾아서 아이처럼 좋아하셨고 액자를 만들어 드리니 기뻐하셨다.


아빠의 오래된 물건들을 정리해 드리고 싶다. 오래 쌓아 두었다고 모두 추억은 아니었다. 게다가 오래된 물건들이 자리를 차지해 일상용품들을 위한 공간이 부족해진다. 그 둘이 섞이니 일상용품들이 자리를 자주 이탈하여 생활에 불편을 겪으신다. 아빠 인생에 의미가 큰 물건만 남기고 필요 없는 물건들을 비우고 싶다. 편리하게 쓰시도록 일상용품들을 정리해서 깨끗하고 넓은 공간이 아빠에게 주어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빠 연세에는 그런 변화가 오히려 혼란이 될 수 있어서 그렇게 할 수 없다. 지금은 아빠 물건들의 위치를 많이 기억해 드리고 신경 쓰지 않는 공간들부터 정리해 드리는 게 최선이다.


비우고, 덜 사고, 제자리에 물건을 두는 공간정리를 내 삶에 정착시켜야겠다. 나중에 필요하겠지, 나중에 보게 되겠지 하며 물건을 남기지 않으려고 한다. 막연한 이유들은 점차 기억에서 사라지고 많은 물건들은 공간과 일상을 복잡하게 할 것이다. 정리는 노년의 나를 뒤죽박죽, 어지럽지 않게 도와줄 것이다.


여전히 멀었다. 지금 가장 정리가 덜 된 공간은 냉장고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여닫게 되어 정리가 쉽지 않다. 냉장고까지 잘 정리하고 싶다. 차곡차곡 넣어두어 평상시에는 모르지만 이사를 위해 꺼내보면 덜어내야 할 많은 짐들이 있다. 다음 이사를 할 때는 여기 올 때보다 짐을 좀 더 줄이고 싶다. 공간정리를 지속하면서 내가 있을 곳에서 잘 살다가 세상을 떠날 때 박스 2개 정도의 물건을 버리고, 기록은 아이패드를 없애면서 나에 대한 정리가 끝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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