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마음을 챙기는 - 마음정리 (2) 일기 - 나에게 이야기합니다
(2) 일기 - 나에게 이야기합니다
매일 일기를 쓴다. 21년에 ‘다이어리 한 달 쓰기’ 모임에 참여하면서 시작해서 이어오고 있다. 전에는 일기를 드문드문 써서 주 또는 달의 기록이었다. 요즘은 하루하루를 차곡차곡 담고 있다.
일기를 쓰면서 나는 안심한다. 7월 이른 더위에 쳐져서 울적하게 누워 작년 일기를 뒤적이다 ‘풋’하고 웃었다. 작년 이 즈음도 침울했더라. 이러다 올해도 지나가겠네 하는 7월의 초조함이었다. 다음 날 일기들을 이어서 보니 그러다 괜찮아져서 지금의 침울함도 지나가겠네 하며 안도했다. 약한 감기에 효과 좋은 종합감기약처럼 나의 일기는 ‘별 일 아니고, 매년 찾아오는 감정이고, 잘 지나갈 테니 괜찮아.’하며 얕은 불안함을 치유한다. 일기는 속 이야기를 털어놓을 나만의 공간이라서 안심이 된다. 여기서는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된다. 못난 모습을 감추지 않고 화를 내도 괜찮다. 잘했다고 마음껏 칭찬하고 자랑해도 된다. 당황한 속내를 다 드러내도 약점이 되지 않는다. 솔직하게 털어놓고 자유롭게 쓰고 나면 하루의 긴장이 누그러들고 감정들도 다듬어진다.
일기는 나를 선명하게 남겨준다. 지나간 일기를 읽어보면 ‘이런 마음이었어?’하고 놀란다. 어떤 사건에 대해 나의 기억과 일기에 남겨진 나는 종종 다르다. 필요 없는 욕심으로 현재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시간을 허비한다 생각했다. 그런데 아빠가 아프셔서 당황하고 불안했던 때 일기에는 나의 욕심은 보이지 않았다. 이 시간이 잘 지나가고 지금의 평온이라도 지켜지길 바라고 있었다. 그때 일기를 읽어보면 ‘아빠가 저만큼 지내고 계신 게 어디야.’하는 생각이 들어 아빠를 더 챙기게 된다. 항상 쓸데없는 욕심쟁이는 아니라서 내가 덜 버겁다. 2년 전 여름 일기에는 아이스크림 덕분에 체중이 늘어서 고민하고 있었다. 오늘 아이스크림을 주문하려다가 2년 전 일기를 보고서 멈추었다. 작년 일기에도 8월 중순에 체중이 늘었다는 투정이 있었다. 여름에는 살이 빠진다고 생각했는데 일기를 보니 살이 잘 찌는 계절이었다. 조심해야겠다. 일기를 쓰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갔을 시시콜콜한 나의 이야기들이다. 일기는 나보다 나를 더 잘 기억해 준다.
일기는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해서 느끼게 한다. 지난 일기와 현재 일기를 놓고 보면 비슷한 일상의 반복 같아도 조금씩 달라지는 내가 보인다. 특별히 뭘 하지 않아도 시간은 흘러간다. 인생이 얼마나 나아질지 모르겠지만 나아지고 싶은 소망으로 현재를 지켜가는 모습이 보여서 일기가 소중하다. 지금을 충실하게 지낸다면 미래의 나도 알차게 살 것이라는 생각에 불안함이 잦아든다.
세상에 휩쓸려 살지만 하루의 조금은 나를 바라보는데 나눠주고 싶다. 살아있음을 시시콜콜 일기에 남겨서 의미 없이 흘려보낸 허무한 시간이 아니라 차곡차곡 쌓아 지금의 내가 되었음을 알려주고 싶다. ‘나는 이런 삶을 살았구나, 참 좋았네.’하는 마지막 감상을 적는 날까지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일기에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살아가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