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마음을 챙기는 - 마음정리 (3) 마음달력
(3) 마음달력
기억은 얼마나 정확할까? 나는 대체로 정확하게 기억한다고 했지만, 옆에서 보기는 아니었나 보다. 남편은 힘들던 나의 지난 시간을 잘 이해해 주지만 과거의 우울함을 현재에도 끌어안고 사는 모습을 안타까워했다. 내게 달력에 스티커를 붙여보라고 했다. 자기 전에 오늘 하루가 전반적으로 괜찮았다면 스티커를 붙이고, 그렇지 못한 날은 일기에 적어두라고 했다. 다이소에 가서 하트스티커를 사 와서 달력에 붙이기 시작했다.
저녁에 ‘오늘 하루는 어땠나?’를 돌아보고 ‘이 정도면 오늘도 괜찮았어.’하면 스티커를 하나씩 붙였다. 한 달이 지나고 달력의 날짜에는 대부분 하트가 붙어 있었다. 우울했던 날이 더 많았던 것 같은데 실제는 그럭저럭 괜찮은 한 달을 보낸 것이다. 견딜 수 없이 종일 힘들기만 했던 날은 거의 없었다. 그렇게 몇 달을 스티커를 붙여 보면서 내 삶이 대체로 괜찮다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힘든 일을 겪은 것도 안쓰럽고 억울한데 그때의 힘든 감정까지 계속 끌어안고 사느라 버거웠을 내게 ‘그 시간은 지나갔어. 힘들었던 마음을 이제는 놓아줘.’라고 할 수 있었다.
1년이 지나서 지난 달력을 들춰봤다. 올해를 잘 보냈으니, 내년도 걱정 말라고 해주는 것 같았다. 힘들어서 스티커를 붙이지 못한 날에 달력을 넘겨보면 ‘그동안 괜찮았는데 오늘만 좀 힘들었네.’하는 위안이 되어 마음이 좀 편해졌다.
이 달력을 ‘마음달력’이라 부른다. 나의 마음달력은 ‘잘 되어야 하는데, 잘 안되면 어쩌지?’라는 초조함은 내쳐주고 ‘오늘 괜찮았네. 내일도 잘 되겠지 뭐!’는 담담함을 키워줄 것이다. 좋은 날을 보내고 싶은 소망의 시간들이 언젠가 태도가 되어 내 삶을 이끌어 갈 것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스티커를 붙이고, 들춰보며 지낼 것이다.
‘마음달력’을 시작하라고 하신 남편께서 ‘내가 뭘 하라고 하면 무조건 좀 해봐. 그 달력에 스티커도 누가 붙이라고 했지?’하며 달력을 볼 때마다 신이 나서 잘난 체하신다. 구구절절 맞는 말씀이라 뭐라 하지도 못하고 놀림을 감내해야 하는 게 이 달력의 자그마한 단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