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영화 <엄마 극혐> 리뷰
모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모녀의 관계는 친구 같은 존재로 서로 의지가 되는 관계이지만 그 이상을 넘어서는 관계이기에 더 복잡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에 본 ‘로스트 도터’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 더욱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데, 모성애라는 단어가 절대 변하지 않는 개념이라고 생각했었던 나에게 신선함을 가져다주었다. 어떻게 보면 무책임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은연중에 강요해왔던 어떤 개념을 비틀어 버림으로써 과연 엄마라는 존재는 어떤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물음을 이제야 해보는 것 같다. ‘모두가 그렇게 하니까’가 아니라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을 지금에야 마주하게 되었다. 이 영화는 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필름 - 젠더 섹션에서 감상이 가능하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사랑하는 존재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마치 드러내지 않아야 온전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어떤 감정을 드러내고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임에도 왜 이렇게 침묵을 유지하기 시작했을까. 이 영화는 가영이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이 엄마에 의해서 존재 자체를 거부당하는 마음에 부정적인 감정으로 시작한 자신의 영화를 찍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영화와 현실이 겹쳐지며 그 누구보다 엄마의 사랑을 온몸으로 받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처음이라는 두려움은 항상 존재한다. 우리의 미래는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기에 지금의 나의 선택과 행동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무엇보다 잘 알기 때문에 그 두려움은 엄청난 크기를 자랑한다. 두려움을 표출하는 부정적인 감정은 항상 나를 소중하게 여겨주는 이에게 솟구친다. 대물림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남들처럼 하길 바라는 마음이 나이고 싶은 마음과 끊임없이 충돌하기 때문일까. 두 사람이 다른 방향에서 서로의 삶을 바라보며 이해라는 종착지에 도달하는 순간을 마주한다. 물론 끊임없이 '극혐'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