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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것이 깨운 본능.

영화 <로우> 리뷰

by 민드레


타인에 의한 가치관은 온전한 자신의 것이 아닌 억압에 의한 것이었다. 극단적 채식주의에 이어서 극단적 육식주의는 모든 이에게 선택을 가장한 강요나 다름이 없었다. 은연중에 존재하고 있었던 억압은 날 것에 의해 진정으로 품고 있었던 욕망을 분출하기엔 충분했다. 쥘리아 뒤 쿠르노의 충격적인 데뷔작인 영화 '로우'는 억압을 넘어서는 욕망의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을 조명한다. 영문 모를 욕망의 광기를 예열하는 시간이다.


중간이 없는 극단적 채식주의와 문란한 욕망의 억압은 날것을 통해 자신의 본능을 깨우기 시작한다. 본능이 깨어나기 직전의 날 것은 욕망의 매개체였을 뿐,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본연의 모습이 드러난다. 자기 통제에서 벗어난 몸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경험해보며 점점 고삐가 풀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해지는 욕망이 섬뜩함을 넘어서 기괴하기까지 하다. 바람이 빠진 풍선처럼 방향을 잡지 못한 채 휘날리는 모습에 그 장면들을 숨죽이면서 볼 수밖에 없게 만든다. 심지어 베드신이 나오는데도.



마치 달리는 경주마처럼 폭주하는 모습은 짐승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인간의 욕망이었으나 진정한 나의 모습임을 알아채는 순간이었다. 특히 자매의 싸움으로 드러나는 동질감이 같은 욕망을 바라보며 같은 고민을 했었다는 점이 진정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내가 몰랐던 뒤틀린 나의 모습을 바라보고 인정하며 찾아오는 안도감은 고통에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든다. 아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일까?



후반부에서 더욱 강렬하게 솟구치는 감정과 이야기 그리고 음악은 긴장감을 조성해 직접적인 잔인함보다 감정에 의해 분출되는 것이 이 영화의 해시태그의 #성장과 맞닿아 있었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이 잊히지 않는다. 손이 떨릴 정도의 충격과 쉴 새 없이 나오는 감탄사는 그 감정을 수반한다. 오프닝에서 풀리지 않았던 의문점이 충격에 빠뜨렸던 엔딩으로 풀리며 무서운데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피로 가득한 그들의 본능과 욕망, 그리고 억압에도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충격적이다. 일부러 수의학과로 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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