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갈지 몰라 그 자리를 맴도는.
영화 <시스터> 리뷰
모두가 따뜻하면 좋겠지만 추운 겨울엔 누구나 공평한 따뜻함을 주어주지는 않는다. 넓은 세상과 대조되는 좁은 공간에 제 몸 하나 놓일 곳 없는 두 남매의 이야기가 먹먹하게 느껴진다. 책임질 수 없는 나이에 버려져 역할의 무게를 대체할 수 없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시스터'를 소개하려 한다. 이야기의 전개도 인상적이지만 레아 세이두와 케이시 모텟 클레인의 연기가 뛰어났던 영화였다.
어른스럽지만 어른일 수 없는 아이.
당연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자신의 두 다리로 일어나야 하는 시몽의 모습이다. 나 하나도 버거운 이 세상에서 오직 자신의 누나를 위해 훔치는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자신이 가질 수 없는 풍요로움이 가득한 스키장에서 물건을 빼내와 다른 사람들에게 파는 일은 정당한 일로 보상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발각되는 순간 펼쳐지는 위태로운 상황의 연속이었고 그럼에도 끊임없이 형체도 없는 그 길을 따라간다. 언젠간 끝이 날 텐데도 영원할 것처럼 버텨낸다. 그의 막연한 노력에도 이유가 있는 걸까.
당연함의 무게.
집안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만큼 많은 일에 능숙한 시몽은 너무 당연하게도 몽이 누나의 생계까지도 책임진다. 어떠한 사연이 담겼기에 이런 기괴한 형태의 삶이 지속될 수 있는 걸까. 무의미하다고 할 수 없는 것들임에도 왠지 모르게 무의미 해지며 열심히 살수록 고갈되는 무언가를 바라본다. 이 소년이 감당하기엔 너무 어려운 삶의 무게는 당연함이라는 글씨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사랑을 돈으로 살 수는 없지만 어디든 떠날 것 같은 누나를 붙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돈이 필요했다. 돈을 건네면 느낄 수 있는 온기는 시몽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랑이라고 느껴지는 그리움의 발자취다.
나 좀 안아주면 안 돼?
버렸지만 버려진, 버려지고 버려진.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버려지지 않은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있는 존재를 모르는 척 함으로써 자신의 존재 자체도 부정당하는 시몽은 이따금 반복되는 상황에도 단 하나의 사랑만을 바란다. 돈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시몽과 빚지고 싶지 않은 루이의 모습이 더욱 상반되는 이유이다. 왜 이렇게 온기에 집착하는지는 영화의 후반부가 되며 밝혀지고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달라지게 된다. 어떤 노력으로도 누나와 연결되고 싶었던 시몽은 그곳을 계속해서 떠돌겠지만 그를 찾아온 루이의 모습이 그럼에도 희망을 생각할 수 있게 만든다. 하지만 누구 하나 버려진 이들을 끝내 돌아보지 않는 영화와 현실이 맞닿는 순간이 먹먹하게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