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교섭> 리뷰
분쟁지역이자 여행 금지국이었던 아프가니스탄에서 23명의 한국인들이 탈레반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와 동시에 외교부에 이 소식이 알려지고 이유에 대한 물음보다 상황의 해결이 우선이었기에 국가적 차원에서 이들을 구하기 위한 외교관이 파견된다. 제한시간 내에 생명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영화 ‘교섭’은 1월 18일 개봉하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상영시간 내내 펼쳐지는 긴장감과 틈틈이 보이는 액션으로 영화의 생동감과 몰입감을 더한다.
원칙과 실용의 마찰
어떤 상황에서도 원칙을 고수하는 외교관 정재호와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방식이든 이용하는 국정원 요원 박대식이 만난다. 상반된 입장을 가진 이들의 마찰은 너무 당연했지만 계속해서 변하는 상황으로 인해 교섭에 차질을 빚게 되면서 갈등을 잠시 미뤄둔다. 따라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공조를 통한 교섭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교섭할 기회는 사라지고 상황은 점차 최악으로 치닫으며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진다. 이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상황을 극복하고 무사히 인질들을 구출해 내야만 한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 그리고 납득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의무이며 국가의 존재이다. 이유를 불문하고 개인의 입장보다는 자신의 직업에 관한 사명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두 명의 인물을 통해 더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공동의 목표는 자신의 가치관을 변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간절해진다. 어떤 상황에서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았던 문제는 간절한 마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성큼 다가온다.
최소한의 의무.
2007년 샘물교회 피랍사건에서 모티브를 한 이 영화는 현재까지도 상당한 논란이 있는 소재로 인해 실제 사건에 집중하기보다는 인질 구출의 목적에 집중한 방식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이해관계에 놓여있는 사람들이 아닌 인질 구출을 위해 달리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맞춘다. 영화 제목인 '교섭' 자체로 피랍자들을 구출해 내는 이들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다 보니 정작 닿아야 할 주제에서 벗어난다. 소재만으로도 논쟁거리가 있는 주제를 이렇게 다룰 거라면 왜 이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걸까. 다뤘어야 할 이야기들을 상업 영화의 요소들로만 덮으려 하니 논란의 부분은 더욱 극명해지고 영화의 극적인 요소들도 더 이상 극적이지 않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