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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Jan 24. 2023

저마다의 애국, 언제 닿을지 모를 독립을 향해.

영화 <유령> 리뷰


영화 '독전' 이해영 감독의 새로운 영화 '유령'이 1월 18일 개봉했다. 1933년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운동을 하던 흑색단의 스파이 '유령'에 관한 내용으로 5명의 용의자가 외딴 호텔에 갇히게 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유령의 존재는 영화가 의도하듯 유령의 발자취를 쫓는 것에 초점을 맞추며 밀실 추리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전개하고 있다. 누구인지가 아니라 어디든 존재하는 유령은 "언제나 있었고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라는 대사처럼 곳곳에서 나타난다. 서로를 향해 뻗쳐가는 의심과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실재의 실제

영문도 모른 채, 호텔에 갇힌 5명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결백함을 주장하며 무고함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상대방을 고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무리 외면해 보아도 실재의 실제는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게 할 뿐 실재하지 않게 만들 수는 없었다. 그렇게 윤곽이 드러나는 유령의 실체에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긴박한 상황의 연속이다. 하루 안에 펼쳐지는 만큼 그 긴박함은 멈출 수 없는 작전과 탈출을 위한 사투가 맞물리며 더욱 강렬해진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이 상황 속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는 진실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의심은 확신이 되었고 그 상황 속에 남아있는 누군가만이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달릴 뿐이었다.



무의미한 욕망

수많은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이들은 그저 순응을 바란다. 이들의 욕망은 그야말로 무의미한 것에 불과하다. 누군가에게는 선천적인 결핍으로 인해 자신의 일부분의 것을 다 도려내기 위한 수단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경쟁에 밀린 상대에 대한 열등감의 수단이 된다. 그 보잘것없는 것들로 인해 흩뿌려진 선혈은 바라보는 이들에게 하여금 그 의지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었다. 무의미한 희생을 막기 위해 같은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움직인다. 유령처럼 모습을 숨긴 이들은 자신의 조국을 되찾기 위해 저마다의 자리에서 임무를 수행한다. 어디에 도달할지도 모를 그 모든 것들은 누군가에겐 쓸모없는 것에 불과할지라도 끊임없이 제자리를 찾아간다.



다시 볼 수 없을지라도.

돌아오지 못한 수많은 이들을 위로하듯 멀게만 느껴졌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다 가까이에서 조명한다. 결코 멀리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는 건 아마도 주변의 소중한 이들일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아 당신을 붙잡을 수만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이 후회로 남지 않았을 텐 데라는 생각과 함께 붙잡을 수 없는 이 마음과 마지막의 장면이 반복된다. 마주하는 시선의 끝의 당신은 내 기억 속에서 만큼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추리와 첩보의 미묘함

스파이의 허술함이 곳곳에서 드러나는 탓에 영화 자체가 산만해진다. 왠지 모르게 경성학교와 나이브스 아웃이 연상되면서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그러나 밀실 추리에서 첩보 액션으로 금방 옮겨가며 더욱 몰입감을 더한다. 이 부족함에도 만족스러울 수 있었던 건 탄탄한 배우들의 열연도 물론이지만 박소담의 명확한 존재에 의해서이다. 전반과 후반의 모습이 전혀 다르면서도 완벽히 소화하는 그의 연기가 영화 유령이 말 그대로 유령처럼 사라지지 않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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