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폴라> 리뷰
어떤 일은 너무 참혹하여 비극의 일부분으로 표현되는 것조차 불가능할 때가 있다. 몇 겁의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끔찍한 행위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 그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배우고 반성하는 태도로 시작했을 때,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지난 과거를 성찰하는 수많은 방법 중 하나는 영화를 통한 또 다른 시각을 표현하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참혹함이 소년들에겐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너무 당연하게 여겨졌던 어른의 시선이 아닌 소년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 시대의 나치를 바라볼 수 있는 영화 '나폴라'를 소개한다. 차가운 겨울만큼이나 얼어붙어버린 어떤 마음까지도 느껴지는 순간이다.
외투에 재능을 보이는 프리드리히는 권투 특기생으로 입학할 것을 제의받게 된다. 그렇게 나폴라에 들어갈 생 각에 부푼 아들의 모습을 본 아버지는 꿈도 꾸지 말라며 반대를 한다. 하지만 프리드리히는 자신의 일생의 기회라고 생각했기에 몰래 집을 빠져나와 설레는 마음으로 나폴라에 입학하게 된다. 그렇게 학교 생활에 흠뻑 취할 새도 없이 그저 승리와 패배를 가르치는 교육은 사상주입과 엄격한 규율을 강요하는 나치 주의였다. '전쟁'을 준비하기 위한 군사학교였다는 사실을 안 프리드리히는 급격한 회의감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알브레히트를 만나며 학교 생활을 견딜 수 있게 된다. 같으면서도 다른 부분이 있었던 두 사람의 우정은 전쟁이 성큼 다가오며 정반대의 상황에 다다르게 만드는데, 대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실제 나폴라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의 군사학교였으며 나치의 고급당원자제들을 대상으로 미래 엘리트 양성을 위해 존재했던 학교였다. (National Political Academy - NaPola)
연한 마음이 전해주는 진리.
가난과 멀어진 동시에 만나게 된 사건의 전말은 비극을 넘어서는 참혹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본 건 소수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어른들에 의해 저지된다. 묵살된 목소리는 허공을 맴돌았지만 그 남은 흔적마저 사라졌고 눈이 덮인다. 지금의 우리는 볼 수 있지만 그때의 그들은 보지 않으려 다분히 노력했다. 그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렇게 명확하지 않은 테두리와 얕게 남은 흔적은 마음을 통해 마땅히 느끼게 한다. 미처 전하지 못한 말은 떠나고 나서야 전해지곤 하니까. 용기를 전해주는 그의 죽음은 결코 나약한 것이 아니었다.
강요된 현재, 암흑 속의 미래.
감정은 전쟁에 불필요한 요소다. 그리고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도 모른 채 총을 겨누어야 했던 소년들은 계속해서 이용당한다. 심지어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되었을 것이다. 인격을 형성하는 나이에 획일적인 강압은 무분별한 경쟁을 유발한다. 사라진 죄책감과 부재한 도덕성을 배우며 모두가 느껴야 할 죄책감과 참혹함은 오로지 그들의 몫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통제당하는 학교 생활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게 된 소년들은 어떠한 상황에도 자유로울 수 없었고 불합리함에 익숙해졌으며 의견을 말하는 일에 낯섦을 느끼게 되었다. 사람은 인간다움이라는 것이 있고 그것이 존재하기 위해선 일말의 도덕성과 인간다움을 갖추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은 것처럼 주체성을 잃어버린 아이들의 모습은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남아있다. 이들이 사회 구성원이 된다면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시대의 변화에도 변하지 않는 것.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불합리한 것들로 가득하다. 상대방이 굴복할 때까지 내리쳐야 하는 현실은 최소한의 도덕성도 허용하지 않는 그 시절의 모습을 반영한다. 그런 시대에서 불합리한 일에 적응하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폭력에 저항하는 어떤 혁명은 자신의 모든 것을 다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누군가의 피 또는 희생에 의해서 돌아왔다. 독재가 사라져도 사람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지옥이 존재하나 보다. 폭력에 쾌락을 느끼는 현실이 어둠으로 빈 그 공간이 당연하게 느껴진다면 한 번쯤은 그것이 옳은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왜 그 행동을 해야만 하는지 말이다.
상당한 오역이 있어서 영화의 방향성과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전해지지 않아서 아쉬움이 있었던 영화였는데, 다행히 정확한 번역을 다룬 블로그가 있어서 어색했던 부분들을 해소하며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