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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Mar 06. 2023

돌아오지 않을 그 겨울의 소중함.

영화 <그 겨울, 나는> 리뷰


소중한 것은 익숙하게, 익숙한 것은 당연하다고 느껴지며 그 당연한 것은 왜 상처를 남기는 걸까. 멀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면 적어도 이 익숙함을 당연하게 여기지는 않았을 텐데. 아무것도 쉽게 얻어지지 않는 이 세상에서 적어도 최소한을 바랐지만 그조차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마주하는 순간이다. 영화 <그 겨울, 나는>는 차가운 현실을 계절감 있게 다뤄 냉혹하지만 그 안에서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2030 세대라면 더욱 공감할 수 있을 실감 나는 연애를 담아 더욱 인상적이다.


내일로 미룰 수 없는 오늘.

사랑은 오늘 당장, 일은 내일. 항상 서로가 중심이 되어 사랑의 감정을 나누었던 두 사람은 오늘을 살아가지만 서로를 위해 내일도 꿈꾸며 살아간다. 하지만 경학이 대출금을 갚기 위해 배달일을 시작하고 혜진도 취업하면서 상황이 점차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각자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활패턴도 달라지고 어떠한 교류도 대화도 사라진 현재의 두 사람에겐 묵직한 침묵이 감돈다. 애틋함은 사라지고 버거운 부담만이 그들 사이를 가득 채웠다. 어느새, 당연했던 '우리'는 사라지고 '나'만이 존재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조금씩 멀어져만 간다. 결코 미루지 않았던 서로의 오늘은 왜 내일이 되어버린 걸까.


어느새 달라진 우리의 계절.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며 서로를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에너지와 감정을 쏟는 일에는 그만큼의 힘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어느새 멀어진 현실의 벽은 높고 또 다른 환경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현실로 다가오는 삶의 무게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버거운 모습을 하고 돌아온다. 간절함은 익숙함이 되고 절망은 포기가 된다. 돈독했던 관계는 어디로 갔는지 그저 희망 속의 좌절을 불러일으키며 휘몰아치는 서로를 바라본다.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간다고 해도 서로를 바라보지 않으면 그건 소용이 없는 일이다. 애써 붙잡았던 사랑이라는 하나의 감정은 달라진 시간과 계절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었다. 사회를 너무 몰랐고 현실을 부정한 결과였다.



사랑과 삶의 균형.

생활 패턴이 달라지며 겪었던 규정된 사랑은 일의 한 부분처럼 자리 잡는다. 하나의 감정인만큼 현실과의 괴리에 부딪히는 것도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다. 상황의 변화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혜진과는 달리 삶에 찌들수록 초반에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헤진을 대하는 경학이 낯설게 느껴진다. 스스로 불러낸 재앙으로 인해 삶의 균형도 사랑의 균형도 잃은 채 홀로 남아있게 했다. 늘 같았던 계절은 유독 여름엔 뜨겁게, 겨울엔 차갑게 다가와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원래 다른 세계에 존재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펼쳐지는 이들의 간극을 보며 도이 노부히로의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가 생각났다. 현실감이 넘치지만 꽃다발이 활짝 폈다가 시든 시간을 함께하며 사랑의 순간을 아름답게 표현한 영화여서 상당히 인상 깊었다. 기존의 일본 멜로와는 다른 느낌을 주고 있어 더욱 추천해주고 싶다.


https://brunch.co.kr/@mindirrle/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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