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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Mar 16. 2023

그저 선행에 불과한 일을 증명해야 하는 부당함.

영화 <어떤 영웅> 리뷰


우리는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사회에서는 스스로를 증명하고 그 모습을 외부에 비춰야 한다. 그만큼 사회가 진실에 도달하지 못해 사실들이 온통 거짓으로 뒤덮여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 수많은 거짓 중에 우리가 마주해야 할 진실의 민낯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너무 가까워서 마주 볼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한 물음을 담고 있는 영화 <어떤 영웅>은 3월 15일에 개봉했다.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신작으로 제74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아 더욱 주목받고 있는 영화이다. 



마음에서 우러난 선행.

빚을 갚지 못해 교도소에 수감되었던 라힘은 이틀 간의 휴가를 받아 바깥으로 나오게 된다. 곧장 누나의 집으로 가 그리웠던 얼굴들과 마주하면서도 들뜬 이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바로 여자친구인 파르콘데가 금화가 든 가방을 주워 그 돈으로 빚을 다 갚을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던 것이다. 그렇게 빚을 다 갚겠다고 호언장담을 했지만 한편에 자리 잡아 있는 양심의 가책이 그를 붙잡으며 주인을 찾아 가방을 돌려주는 노력을 기울인다. 어렵게 주인을 찾아 돌려주게 되었고 그 일이 알려지며 라힘은 한순간에 영웅이 된다. 세간의 이목을 끌며 선행에 대한 의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그는 어떤 영웅의 모습으로 남게 될까.


선행의 증거.

라힘의 선행이 유명세를 얻으며 방송과 언론의 관심을 한눈에 받게 된다. 교도소에서는 추가 휴가, 자선 단체는 그를 위한 모금, 방송에서는 출연제의를 받는 등 좋은 일이 연달아 생기자 새로이 자신이 맞이하게 될 자신의 미래에 대한 꿈으로 부풀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변수를 맞이한다. 바로 선행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었다. 금을 돌려준 당사자를 데려오지 않으면 일자리도 가질 수 없고 채무 변제도 할 수 없는터라 그 여인을 수소문해 보지만 찾을 수 없었다. 이름도, 연락처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선행을 증명할 수 없었던 라힘에게 더불어 익명의 제보는 그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순식간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여론은 라힘이 상황을 해결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꼬이게 된다. 이 막막한 현실 속에서 선행을 증명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욕망을 넘어선 선한 의도 자체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 끊임없이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


선한 의도, 욕망의 갈고리

행동의 범위를 넘어 상대적인 몇 가지 요소에 충족하여 '영웅'이 되고 그 사람의 이야기는 온 세상을 뒤덮었다. 행위 자체에 대한 사실보다는 의도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는 주변에 의해 라힘은 영웅이었다가 순식간에 거짓말쟁이로 둔갑한다. 이 미심쩍은 선행의 뒷면에 말들이 섞여 들어가 진실은 거짓처럼, 거짓이 되어버리며 주변의 태도 또한 바뀌는 모습이다. 어떤 의도와는 상관없이 오직 '말'에 의해 펼쳐지는 상황은 의도하지 않아서 더욱 복잡하게만 느껴진다. 라힘의 선행은 사실이었지만 이익에 의해 움직이는 언론과 여론은 그것이 사실인지는 중요치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 나라를 '낙원'이라고 포장하기 위해 그저 어떤 영웅을 '이용' 했을 뿐이다. 


라힘을 통해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교도소, 그런 라힘을 취재해 시청률을 확보하려는 언론, 라힘을 통해 기부 모금을 하는 자선단체, 점차 영웅 놀이에 취해가는 라힘, 라힘의 사업실패로 인해 거대한 빚을 떠안게 된 처가. 이 인물의 관계성은 아슬아슬 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모두의 책임

개인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아야 할 이 문제는 상황이 바뀌며 개인의 문제로 치부된다. 모두의 책임이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모호한 구도를 구성하는 선악은 불쾌한 지점을 감돌기 시작한다. 딜레마에 이은 인간의 갈등이 담기며 그의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없게 한다. 이 사소한 의심은 영웅 놀이에 취했던 그의 잘못이라고만 할 수 없는 형태로 떠올라 수많은 물음의 형태로 돌아온다. 그렇게 선택의 기로에 놓인 라힘은 '영웅'으로서의 모습이 아닌 '가장'으로서의 명예를 지킨다.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들은 어떤 영웅의 자리도, 어떤 책임의 소재도 소거된 채, 그 자리에 남는다. 



세밀한 영화의 디테일은 후반부로 갈수록 두텁고 모호한 형태이다. 모호함은 혼란을 부르기 일쑤지만 영화의 연출은 결코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 입체적인 동시에 이야기의 소재만큼 단편적인 뻔함을 보여주지 않아 더욱 인상 깊었다. 사소한 딜레마는 이렇게 현실과도 맞닿아있다. 이렇게 뚜렷한 메시지와 감독의 표절 이슈는 극명하게 대비되며 진정한 블랙 코미디를 선사한다. 뛰어난 영화 연출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지만 현실에서 드러나는 사회적 문제는 끊임없이 딜레마에 빠지게 만드는 사실이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뛰어난 만큼 당당할 수 있었다면 이 위대함이 결코 표절이라는 이름으로 더럽혀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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