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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Mar 24. 2023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공간, 돌이킬 수 없는 당신의 시간

영화 <사라진 시간> 리뷰


미스터리 수사물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영화 <사라진 시간>은 정진영 배우의 첫 연출작이다. 영화 자체에 대한 다양성과 메시지는 매우 독특하며 인상 깊다. 하지만 후술 할 부분에서의 그 독특함이 호불호를 가져다준다. 해석하는 영화도 물론 좋지만 이해하기 위해 애써야 하는 영화는 그리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이 영화는 조금 묘하다. ‘해석’을 해야만 이해할 수 있지만 곱씹어 보게 되는 부분들을 살펴보았다.



어떤 비밀을 둘러싸고 있는 부부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비밀에 둘러싸인 이들은 타인과는 거리를 두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침묵을 깨뜨리고 들어온 한 사람으로 인해 현재의 평화를 지킬 수 없게 된다. 어떤 상황에 닥쳐도 함께 있을 것을 다짐했던 두 사람은 마을 사람들에 의해 갇히게 되고 평화로울 것 같았던 그날 밤, 불이 난다. 정체 모를 것들이 그 집을 덮친 것이다. 집 안의 철문이 닫혀 있었기에 탈출할 수 없었던 두 사람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발견이 되고 그를 조사하기 위해서 경찰인 형구가 현장에 들어선다.



철저하게 시점이 바뀌며 마을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눈치채는 형구의 모습이 비친다. 이상한 것 투성이의 현장, 수상한 마을 사람들의 태도뿐만 아니라 뭔가가 감춰져 있는 것을 조사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곳곳에서 포착되는 조작된 시간은 알 수 없는 사건과 말이 없는 망자에 의해 더욱 알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그가 마주한 시간의 흔적 속의 부부의 행복한 모습은 그가 살아왔던 곳, 그 모든 시간을 변화시킨다. 내가 알던 내가 사라진 모습으로 선생님이 되어 사건 현장이었던 곳에서 눈을 뜨게 된 형구는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어쩌면 그가 느끼는 것들이 착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올라오는 순간에 시간의 틈을 발견하게 된다. 타인의 삶을 살아가는 것일까.



흔적도 없이 사라진 자신의 삶.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질문을 건네고 자신의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부부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 그들의 삶에 들어온 것과 같았던 것들은 혼란스러움을 가중할 뿐이었다. 질문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는 영화의 흐름은 이상함을 느끼는 주변에 의해 더욱 명확 해진다. 강렬한 사건이 일어나면 달라질 거라고 믿었던 그의 굳건함이 깨어진다. 그가 감당해야 할 반복되는 현실과 벗어날 수 없는 상황만이 남아있었다. 과거지만 현재로 이어지는 순간은 내가 나인 시간이 된다.



영화는 마무리가 굉장히 허무했다. 보편적인 영화에서의 결말을 따르지 않아 어떠한 답을 가져가야 할지 사실 명확하지 않다. 다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주제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파악할 수 있었다. 내가 보는 나와 남이 보는 나에 대한 괴리감은 두 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하나였다는 것이었다는 혼란함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한 시간이 아닌 부정하고 싶은 나에 불과한 걸까. 반복되는 현실,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의해서 인 걸까.



영화를 설명하기에 앞서 이 영화는 시작과 끝이 구분되지 않는다. 흑백의 화면에서 형구가 지나가는 모습을 담던 시작과 컬러의 화면에서 형구가 지나가는 모습을 담는 모습이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장면을 담은 이유는 애초에 시작이 되지 않아서 끝이 나지 않은 것도 같다. 애초에 꿈이라는 가정하에 끊임없는 반복을 통해 주인공인 형구를 깨닫게 만드는 것이 목적인 것이다. 내내 생각했을 때, 이 영화는 여러 가지 관점으로 생각해 보게 만든다. 어쩌면 포스터의 의미는 밖에서 안을 내다보는 게 아니라 안에서 밖을 바라보고 있다는 시선에 의한 의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의 해석

첫 번째, 영화 속의 영화가 펼쳐지고 있다는 설정.
주어진 배역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도 영화 같은 일들은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알 수 없으며 꿈처럼 펼쳐진다. 카메라, 즉 연출자의 의도에 따라 보이는 것이 매우 차별적이다. 따라서 영상 안에서의 형구는 영원히 그곳에서 살아가며 그 순간을 반복할 것 같다.

두 번째, 평행 세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에 휘말려 평행 세계에 놓이게 된다. 그렇다 보니 전혀 다른 환경이지만 겹치는 기억이 있는 것이고 한 번씩 경험해 보았던 어떤 순간이 존재한다. 그가 펼쳐낼 평행 세계는 뜨개질 선생님과의 만남이며 기존의 이야기에서 진행되었던 이야기와 얽혀 무한 루프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그 평형세계의 경험으로 인해 전보다는 성장하는 형구의 모습이 흑백 > 컬러로 바뀌는 모습을 통해 보인다.

세 번째, 조현병.
부정하고 싶은 나 자신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부분이 아닌가 했다. 모든 것을 모르면서도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것들은 각자 다른 사람들의 기억이 아니라 모두 형구의 기억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학교 반 아이인 진규의 “선생님 저도 사생활이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와 같은 말들이 그를 반증한다. 극단적인 생각과 망상의 경계선, 또한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장면, 중간의 과정을 건너뛴 듯한 순간들과 이해하지 못하는 장면들 또한 모두 그를 뒷받침한다. 그 대화의 순간도 모두 거짓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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