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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May 07. 2023

같은 의미의 사랑이지만  갈 곳을 잃은 두고 온 마음.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영화 <수림의 꽃다발> 리뷰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부문 중 영화 <수림의 꽃다발>은 온피프엔 온라인 상영을 통해서도 감상할 수 있었다. 이 영화는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사소한 균열이 만들어낸 미묘한 변화를 잘 드러낸다. 그저 중요한 부분이 달랐던 서로의 마음이 어긋나고 말았던 사랑의 시점을 잘 표현해 낸 영화이다. 오랜만에 단편영화에서 괜찮은 수작을 발견했다.


시놉시스
남자친구의 전역을 맞은 수림은 꽃다발을 사기 위해 꽃시장에 간다. 수림은 돈을 아끼고 싶다. 하지만 막상 남자친구를 만나자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D9yiK-MC2BU&feature=youtu.be



수림은 남자친구의 전역을 축하하기 위해서 새벽부터 꽃시장에 나와 선물할 꽃을 신중하게 고른다. 돈이 부족한 탓에 여러 곳을 들러 장미꽃을 구매하고 장미꽃들을 하나하나 모아 꽃다발을 만들었다. 그렇게 겨우 꽃다발을 들고 나왔지만 거리에서 행인과 부딪히는 바람에 꽃다발이 망가지고 말았다. 하지만 정성스럽게 접어 모자란 부분을 채운 꽃다발과 케이크를 준비해서 남자친구와 만난 수림은 그 뒤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려 했지만 조금씩 원하는 것이 달라 모텔에서만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수림이 계획했던 대로의 일정을 보내지 못한 채, 이곳을 떠나게 된다. 수림의 뒷모습과 뒤에 두고 온 꽃다발이 대비되며 수림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수림은 좋아하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지만 동운과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는 미묘함을 느끼게 된다. 어떤 큰 사건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그 미묘함은 이미 일어나고 있었던 균열을 마주하게 했다. 애써 모른 채 하고 있었던 따뜻한 애정은 이미 미지근해져 점점 더 차가워 질일 만 남아버린 걸까. 어쩌면 처음부터 망가졌을지 모를 사랑의 꽃송이들을 애써 붙여보지만 이미 망가진 꽃송이는 그 자체로 가치가 없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외면한다. 돌이킬 수 없는 사이처럼 사소한 차이는 내가 알지 못했던 것들이 조금씩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선물 받은 리시안셔스와 모텔방에 두고 온 장미 꽃다발이 대비되며 나만 보고 있는 우리의 사이는 그렇게 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화려함과 초라함으로 단정 지을 수 있는 사랑은 확인할 수 없는 미지의 감정으로 남았다.



사랑하는 만큼 표현하고 싶은 마음은 어떤 가격으로도 책정할 수 없지만 드러나는 것들로 가득하다. 기대했던 마음과 다르게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동운의 모습과 그런 동운을 바라보는 수림의 모습. 그렇게 사소한 것들이 모여 서운한 마음이 커지고 그 마음은 오롯이 타인은 모르는 자신에게만 드러난다. 온갖 복잡한 마음이 드러나는 수림의 표정이 동운에게는 현재의 즐거움에 의해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현재의 시간을 즐기고 싶었던 수림의 마음과는 다르게 앞으로는 계속될 우리의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를 동운의 마음이 문득 궁금해진다. 외로운 건 수림의 꽃다발로 충분하니까. 수림은 외롭지 않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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