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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May 26. 2023

모두가 알고 싶지 않아 놓쳐버린 그 이름은 여전히.

영화 <보스턴 교살자> 리뷰


1960년 보스턴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은 60년이 지난 여전히 미제로 남아있다. 실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가 이 사건에 큰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고 1968년에 이미 동일소재로 리처드 플라이셔 감독의 <보스턴 교살자>라는 영화가 나왔었다. 제목은 똑같지만 범인이 아닌 피해자와 그 주변의 시선으로 다뤄냈다는 점에서 상당한 차이점을 보인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된 영화 <보스턴 교살자>는 키이라 나이틀리의 열연이 돋보인다.



언론사 '레코드 아메리칸'의 생활부 기자인 로레타는 평소 강력계에서 일하고 싶지만 상황도 여건도 충분하지 않은 탓에 자신이 맡고 싶은 사건을 다룰 수 없었다. 하지만 끊임없는 관심과 열정으로 사건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며 취재를 시작한다. 기회조차 없었던 첫 취재를 맡게 된 로레타는 어렵게 기사를 써내고 단독 보도까지 하게 되지만 그마저도 제지된다. 하지만 또 발생한 살인 사건으로 인해 다시 취재를 하게 되고 도시를 공포로 몰아넣은 정체불명의 교살자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본격적으로 팀을 꾸려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처음과는 달리 보도에도 진척이 생기며 보스턴 유령 교살자와 점차 가까워진다.



여성 기자라는 이유로 사건과 함께 얼굴이 실리다 보니 범인에게도 노출이 된 상황. 정말 많은 위험 부담을 가지고 사건 취재에 임해야 했다. 그런 어려움을 이기고 사건에 가까워지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수사에는 진척이 없었다. 경찰의 무관심이 사건의 피해자를 계속 키워갔고 번번이 가로막히는 현실의 문제들은 그녀에게 있어서 답답함을 가져다준다. 현실에 순응하는 이들과는 달리 로레타는 그만두라는 주변의 말을 들을수록 더 이 사건에서 손을 뗄 수 없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여성들을 위해서라도 보스턴의 교살자를 잡아야 했다.



언론의 중심이 되었던 보스턴 교살자는 용의자가 나오자 모두가 끝나길 바라는 사건이 되었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경찰의 무관심과 방조로 인해 이 도시는 어느새 두려움을 씻은 듯했다. 어느새 보도를 멈춰버린 현재에 기억하고 아파하는 것은 그저 희생자의 몫으로 남았으며 모두가 잊고 싶어 했던 보스턴의 교살자는 '보스턴 교살자들'이 되었다. 그렇게 결코 끝나서는 안될 이야기는 그저 가능성을 남기고 막을 내린다.



 영화 <보스턴 교살자>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사건을 보도한 한 여성 기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제 인물인 기자 '로레타 맥로린'과 '진 콜'을 중심으로 보도가 이루어지지만 영화에서는 이 두 사람의 우정에 대한 비중보다는 로레타의 시선으로 사건을 다루는데 중점을 둔다. 또한 당대 인식으로 인해 철저하게 배척당했던 여성에 대한 편견을 이겨내며 자신의 능력을 펼쳐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렇게 전반부의 몰입감은 범죄 스릴러답게 긴장감을 후반부까지 끌고 간다. 다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미제에 대한 내용인 데다가 여성 연대를 비롯한 내용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해서 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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