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쓰리 빌보드> 리뷰
인적이 드문 도로를 지나는 밀드레드, 연달아 보이는 3개의 광고판에 멈춰서 가만히 바라본다. 그리고 다음 날 광고를 내어 도시 전체를 발칵 뒤집어 놓는다. 경찰 전체의 문제보다는 개인의 문제로 번져가면서 감출 수 없는 진실이 드러난다. 그렇게 쏠리는 시선을 감당하지 못했던 주변 사람들이 밀드레드를 향해 압박하지만 더 크게 목소리를 낸다. 그렇게 목소리를 낼수록 드러나는 실체가 무기력한 이들을 움직이게 만드니 밀드레드는 쉽게 내뱉은 말과 행동에 후회하면서도 더욱 분노를 분출하며 자신의 내부를 계속해서 망가뜨린다.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는 딕슨은 자신의 의견보다는 엄마의 의견에 맞추고 생각보다는 행동에 앞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경찰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런 모습을 바라본 밀드레드의 분노 상대가 되며 계속해서 대립한다. 한 장의 편지와 자신을 크게 상처 입히는 사건을 겪고 나서 침착함을 되찾는 모습을 보여준다. 침착함을 되찾는 순간 보이는 많은 것들에서 자신이 보지 못했던 것을 보고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의 깨달음의 끝에서 용서를 구하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주변의 환경이 그를 흔들리게 만들어도 그는 흔들리지 않을 테니.
사람은 백지상태에서는 호의를 베푸는 선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이기적인 존재가 되어 너무나도 쉽게 판단을 마치고 결론을 내는 냉담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그 냉담한 태도는 상대방에게 흠집을 내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는 시간을 불러와 피해자는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는 피해자가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생각하고 움직이기보다는 몸이 먼저 움직이는 이들에게 침착함을 쥐여주는 순간, 쉽게 했던 말과 행동 그리고 생각들이 변화하기 시작하여 서로를 향해 분노를 뿜어내던 이들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서로 다른 행동을 취하지만 같은 길을 나아가는 모습은 새로운 시작을 불러일으킨다는 게 놀랍기도 했고 새롭기도 했다.
그들이 마침내 용서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쉬운 결과와 원하는 결과가 아니라고 해도 삶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사건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 영화의 시선을 보여준다. 특히 이 영화는 눈에 띄는 악역을 드러내지 않는 모습으로 다양한 인간의 표상을 드러내면서 복합적인 감정을 뱉어내며 어떤 감정에도 손을 들어주지 않는 모습으로 마무리한다. 자극적인 모습에 집중하는 모습이 현재 사회를 더욱 감정적으로 만든다. 분노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 번쯤 와 닿아야 할 섬세한 감정 변화를 가진 영화이다. 주변 인물들의 (새로 온 서장, 아들) 이야기가 그냥 스쳐 지나가듯 나와 아쉽지만, 중심부의 이야기를 잘 풀어주어 흥미롭고 집중 있게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