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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Jun 21. 2023

인간을 해석하기 위해 분해하는 모순을 해부하는 잔혹함.

영화 <파우스트> 리뷰


영화 <파우스트>는 알렉산드르 소쿠로프 감독의 연출작으로 제68회 베네치아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기존 영화나 책에서 많이 다루어지는 파우스트 전설은 대표적으로 요한 볼프강 폰 괴테와 토마스 만의 문학이 대표적이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각색하고 꾸준히 관심 가져온 <파우스트>가 다시 영화로 만들어졌다. 알렉산드르 소쿠로프 감독의 권력 4부작 마지막 편으로 기존 내용과는 조금 다른 각색을 펼쳐내어 많은 관객을 매료시켰다. 욕망 때문에 자신을 비롯한 주변을 모두 파멸로 빠져들게 했던 파우스트가 이 영화에서는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궁금해졌다.



영화의 시작

파우스트는 인간의 근원을 파악하기 위해 인체 해부를 한다. 모든 것을 해석하기 위해 해부를 한다지만 전혀 얻어지는 것이 없었다. 돈이 없으면 생활할 수 없었기에 나가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마을을 어슬렁 거린다. 그러던 중 마가레테를 만나게 되며 그녀의 아름다움에 빠지게 된다. 삶의 희망도 없이 살아가다 마주한 사랑의 힘은 상당했다.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히게 된 파우스트는 대금업자인 뮐러의 제안을 수락하며 계약은 성립된다. 실체 있는 존재의 것이라도 욕망의 허영은  곧 사라지고 마는 속박의 잔재였다. 그저 자유라고 착각할 뿐. 결코 간단하지 않을 삶은 죽음으로 인해 잊히는 형태로 돌아와 끊임없이 그를 억압한다. 하지만 의미 없는 것을 붙잡는 이들에게서 벗어나 또 다른 의미를 찾아가는 파우스트의 모습을 비춘다.




욕망이 다른 꿈을 성취하다.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을 맺는 내용을 다루었던 기존 내용과는 다르지만 욕망과 비슷한 무한한 지식과 세속적인 쾌락은 비슷한 맥락으로 이어진다. 시대극이지만 19세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에서는 현대 사회의 악마는 돈이라는 주제의식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한다. 지적 능력이 있는 파우스트도 돈이 없었기 때문에 자본에 굴복하게 된다. 그에 따른 계약은 실체 없는 욕망에 따라 체결되고 존재의 의미가 사라지는 이들로 빼곡하다. 희망은 고문이 되고 사람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없는 세상은 죽음을 바라게 되는 어둠으로 자리 잡는다. 불행이 불행을 낳은 것처럼 이어진 착취는 누군가의 욕망을 먹고 아주 거대한 덩어리로 자라났다. 사람에서 시작된 불행의 씨앗은 행동의 본질이 아닌 불행한 현실에 의해서 나타난 것이었다.


파우스트,

난해하다고 불리는 영화인만큼 첫 장면부터 보기 힘들었다. 사실이 아님에도 끔찍하게 여겨지는 장면으로 인해 몇 번을 다시 끄고 켜기를 반복하여 첫 장면을 넘겼다. 인간의 욕망을 화면에 다 담아내는 영화의 시선이 솔직히 끔찍했다. 인간의 본질적인 삶에 대한 해부를 파우스트에 투영시켜 그 잔혹함을 더한다. 이를 씻어내기라도 하듯 몽환적인 영상미를 펼쳐대며 본질적인 의미를 가리는 모습이 아름다움으로 치부할 수 없는 잔혹함에 자아도취 된 것도 같다. 하지만 후반부에서 자본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한 인간에 대한 욕망을 보다 더 세밀하게 다루어 낸다. 각자가 얻어야 할 해답을 직접 건네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삶을 보여주는 이야기의 전개는 죽어가는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그렇게 기존의 결말과는 다른 해석을 통해 인간의 본질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파우스트가 과연 진정한 자유를 얻었을지에 대한 궁금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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