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비> 리뷰
마텔사의 인형인 바비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분홍색 페인트를 품절이 될 정도로 많이 썼다고 알려진 영화 <바비>. 그만큼 바비 실사화에 진심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는 소식에 상당한 기대를 가지게 했다. <레이디 버그>와 <작은 아씨들>을 만들어 낸 그레타 거윅 감독의 손에서 탄생한 바비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실제 마고 로비가 표현하는 바비의 모습은 그야말로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하고 있어서 더욱 완벽한 바비의 모습을 표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발끝으로도 연기하는 마고로비의 연기력은 이 영화에서도 빛이 난다. 마텔사의 장난감 바비를 실사화한 영화 <바비>는 7월 19일 개봉했다. 켄의 역할을 확실하게 표현해 낸 라이언 고슬링의 모습도 인상 깊다.
*구글에 바비를 검색하면 특별한 이벤트를 경험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출연진의 이름을 검색하면 동일한 모습을 볼 수 있으니 꼭 해보시길!
영화는 바비 인형의 탄생 과정을 그리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1950년대 여자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었던 장난감은 아기 인형이 전부였다.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듯 가정을 돌보고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데 익숙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어느 날, 바비 인형은 여자 아이들 앞에 영웅처럼 나타나 아기 인형의 세계를 바꿔놓았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바비'는 여자 아이들의 친구이자 꿈이 되었다. 현실 세계의 사람들을 다채롭게 만들어 준다는 생각만으로도 기뻐하는 바비들이 사는 이곳은 바비랜드이다.
바비 랜드에 온 것을 환영해!
언제나 그랬듯 바비는 평화로운 아침을 맞이하며 주변의 인물들과 인사를 나눈다. 매일이 행복한 바비랜드에 살고 있는 바비는 언제나처럼 반짝거리고 현란한 파티를 즐긴다. 그러던 중, 바비에게 문득 든 생각은 길게 이어져 '바비' 다울 수 없는 일들이 이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 세계의 인간처럼 변해가는 모습에 '이상한 바비'를 찾아 문제 해결을 위한 조언을 얻게 된다. 현실 세계와 이어진 포털을 닫기 위해선 오직 바비만이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완벽한 삶을 되찾기 위해 현실세계로 떠나게 된다. 친구들과 작별의 인사를 나누며 본격적으로 현실 세게로 떠나게 된 바비는 몰래 따라온 켄과 함께 낯선 이곳에 발을 딛는다.
바비 없는 현실 세계.
그렇게 현실 세계에 무사히 도착하게 된 바비는 도착하자마자 온갖 수모를 겪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대령은 물론이고 우주비행사, 대법관, 노벨 수상자까지 모두 바비들의 차지였던 바비랜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목격한다. 이상과 전혀 다른 현실은 공포와 충격을 가져다주고 자신의 존재 이유라고 믿었던 여자아이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사실에 또다시 이곳이 바비랜드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바비는 절망에 빠지는 것도 잠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완벽한 바비의 모습을 위해 나아간다. 과연 바비는 완벽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바비의 세상과 세상의 기준.
전형적인 바비의 모습은 완벽한 이상향에 가까웠지만 현실에서는 이질적인 존재로 남는다. 바비 인형의 탄생 자체가 불러왔다고 생각했던 여성 인권 향상과 평등한 사회는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목격한다. 잘못된 여성관을 심어주었다는 사실에 의해 바비는 여성에게 있어서 분노의 대상이 되었다. 어떤 존재의 영향력은 시대에 따라 본래 목적과는 다르게 흘러갈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 모순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해야 할까. 남성은 적, 여성은 연대해야 한다 라는 생각으로는 이 수많은 부조리를 헤쳐나갈 수 없다. 그들이 바비에게, 바비가 그들에게 많은 것을 느낀 것처럼 모순되는 생각은 누구에게도 자유로움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주체적인 삶 속의 딜레마는 현재까지 이어져 기준에 대한 재해석의 시각을 영화를 통해 비춘다.
소외된 사람, 켄.
바비를 좋아하는 '남자' '친구'로 바비만을 바라보는 남자이다. 바비랜드에서는 모든 게 바비 위주로 흘러갔고 켄은 거들뿐 파티 또한 여자들을 위한 것이었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했고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별다른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바비를 따라 현실세계에서 마주한 '남성'의 모습은 전혀 달랐다. 바비랜드에서는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던 남성의 존재와 역할은 가부장제의 이름으로 큰 힘을 발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부장제에 마음을 뺏긴 켄은 바비랜드로 돌아가 이 사실을 알려주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다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곤 다른 켄들을 설득해 가부장제의 효용을 알리고 바비들을 세뇌시킨 후 켄이 중심이 되는 세계, 켄덤을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한다. 바비랜드를 켄덤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성공할 수 있을까.
불안하지만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이야기.
이 영화는 뭔가 잔뜩 이상하고 불편한 것들이 튀어나온다. 중간도 없고 극단적이지만 많은 생각을 자아내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정말 그레타 거윅의 연출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평면적인 전개는 다소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스며들어 있는 것들이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것 마저 깨워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새로운 바비 랜드의 모습은 반길만하다. 여성 중심의 전개뿐만 아니라 늘 이야기의 중심이 되지 못했던 켄에 대한 주체성을 다루는 모습이 꽤 흥미롭게 여겨진다. 그 과정이 다소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진정한 바비와 켄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요소였다. 그곳에 남아있는 바비와 켄과는 다르게 완전하지 않은 세상을 택한 바비는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내가 생각했던 결말과는 달랐고 또한 완전한 결말이라고 할 수 없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은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창작자의 의도와 맞닿아 있는 영화의 결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