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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Jul 21. 2023

무너지는 행복과 극복할 수 없는 상처로 흩어지는 기억.

영화 <더 썬> 리뷰


가족의 복잡한 관계성을 영화에 잘 담아내는 감독, 플로리안 젤러가 다시 돌아왔다. 제7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어 극찬의 박수를 받은 작품 <더 썬>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세련되게 담아냈던 영화 <더 파더>에 이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성을 잘 드러내고 있는 영화 <더 썬>은 7월 19일 개봉했다.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던 피터와 삶이 버거웠던 아들 니콜라스를 중심으로 펼쳐내는 전개는 눈시울이 붉어지게 만든다. 가족의 붕괴는 이미 일어난 것이라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인 걸까. 내면의 혼란과 그를 둘러싼 주변을 비추며 그 감정의 소용돌이에 점차 빨려든다.


https://brunch.co.kr/@mindirrle/136



나도 나의 삶이 중요했고 이것이 나의 선택이야

이혼 후 새로운 가정을 이뤄 뉴욕에 정착한 피터. 그렇게 새로운 곳에서 행복한 삶을 즐기던 중 불청객이 찾아온다. 바로 전처 케이트의 방문, 아들 니콜라스가 한 달 동안 등교하는 척을 하며 학교에 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리러 온 것이었다. 아들의 행동을 홀로 감당할 수 없었던 케이트는 피터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왔다. 그래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니콜라스와 대화를 해보는 피터는 쉽게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지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게 기다려준다. 니콜라스는 엄마는 이미 자신을 감당할 수 없다고, 아빠와 어린 동생과 살고 싶다고 말한다. 대화를 해보며 알게 된 니콜라스의 상태는 심각했고 우울증을 앓게 된 것이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생각에 그렇게 베스를 설득해 뉴욕에 있는 집으로 아들을 데려오게 된다.



아빠가 살아가는 이곳이 궁금했을 뿐이야.

새로운 공간에서 다시 시작하게 되는 니콜라스는 전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며 호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한 피터의 노력이 무색하게 사실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아진 것처럼 보일뿐. 모든 것이 다 잘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피터는 니콜라스의 계속된 방황을 두고 볼 수 없었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압박감은 니콜라스의 내면을 걷잡을 수 없이 끓어오르게 만들었고 급기야 터지고 만다. 웃음이라는 기억 속에 외면했던 갈등의 실체는 점차 크기를 부풀려 니콜라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그가 바랐던 문제 해결도, 예전의 모습도, 과거의 기억도 되돌릴 수 없는 형태가 되는 걸까.



현재가 행복하지 않으면 미래가 무슨 소용이겠어요.

인생이라는 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건너는 것과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앞에 무엇이 있을지 가늠도 되지 않고 그 과정을 거치면서 겪게 될 감정 또한 어떤 것인지 짐작도 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은 그저 살아가며 그 일들을 극복하고 삶을 유지해 나간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버텨야 할 고통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라서 버겁기만 이 삶의 무게는 그에게 있어서 얼마나 고통스러운 상황의 연속인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고 털어놓아도 해결될 수 없는 감정의 응어리들은 이따금 찾아오는 고통에 자신의 몸을 상처 내는 방식으로 그 고통을 잊어간다.



사랑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어.

과거의 기억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피터는 사랑이라는 이름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것들을 아직은 모르는 것 같다. 부모의 역할은 어디에서 어디부터까지인지 아직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아버지 앤서니와는 달라야 했고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그 노력이 무색하게 니콜라스는 살아갈 힘을 잃었고 그 의지마저 놓으려 하는 모습에 마음이 찢어질 것만 같다. 행복했던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무엇이든 해보지만 변하지 않는 것들은 여전했다. 휴양지에서 놓쳐 다시 찾을 수 없는 모자처럼 사라진 과거는 현재의 모습과 너무 달랐다. 그가 해결하기 위해 행동할수록 어긋나는 것들을 되돌릴 수 있는 걸까.



내가 유일하게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

일방적이기만 했던 어른들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소년이 겪어야 했던 감정들은 누가 물어보지 않아도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누구도 알지 못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토록 존경해마지 않았던 아버지 피터는 이제 니콜라스에게 있어서 자신과 엄마를 버리고 간 사람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사랑받고 싶었고 또 그래서 살아가고 싶었던 니콜라스의 바람과는 다르게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간다. 현재의 삶이 행복하지 않았고 사랑받기 위한 희망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삶이라는 것이 그에게는 더 이상 필요한 것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을 선택한다.



아쉬운 부분들.

아빠의 시선으로 바라본 아들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세밀하지 않다. 어른의 시선으로 바라보기엔 해소되지 못한 감정들이 영화의 곳곳에 응축되어 있어 이 영화의 중심이 되어야 할 아들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없어서 상당히 아쉬웠다. 무엇보다 니콜라스 역할을 맡았던 배우분의 연기력이 다소 부족해서 터져야 할 감정선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 또한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 중 하나이다. 또한 지나친 감정 과잉으로 인해 앤서니의 아들, 피터의 아들에 대한 내용을 122분이라는 시간 내에 다 표현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상당히 생략되어 있는 피터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큰 공백으로 이어져 영화의 완성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

플로리앙 젤러 감독의 가족 3부작 중 두 번째 이야기, 영화 <더 썬>은 가족의 붕괴에 의한 10대 소년의 우울증과 그에 따른 혼란, 그리고 또 다른 붕괴에 초점을 맞췄다. 가족의 붕괴가 니콜라스의 우울증 때문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일어났으며 현재진행형이었다는 것을 외면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가까우면서도 거리감을 두게 되는 아빠와 아들의 관계를 표현하며 "부모는 자식을 이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어떤 대답으로도 정답이 될 수 없는 이야기는 그렇게 영화에 남아 사라지고 또다시 삶을 지속하고 있다. 부디 새로운 가정에서는 좋은 아버지가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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