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리뷰
부지영 감독의 데뷔 작품인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라는 영화는 2009년에 개봉했고, 2022년 9월에 리마스터링 하여 재개봉한 바가 있다. 공효진, 신민아 배우의 열연이 돋보이는 이 영화는 일반적인 가족의 형태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서 시작하여 적정한 자신만의 온도를 찾아간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마다 다르게 느낄 이들의 이야기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지금 이대로도 정말 괜찮을지 영화를 통해 확인해 보자.
어머니
자매라는 것을 제외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하나도 맞는 것이 없는 두 여자. 그래서 같은 시간 속에서도 다른 삶을 살아간다. 어떤 교류도 없던 두 사람은 어머니의 부고로 다시 만나게 되며 오래전에 자취를 감춘 명은의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여행을 떠나게 된다. 아버지의 얼굴을 모르는 자신과는 다르게 명주는 아버지의 얼굴을 잘 알기 때문에 같이 가자고 한 것이었는데 상당히 많은 부분이 거슬렸다. 많은 것이 달랐던 만큼 여행을 다니면서도 많은 것들이 부딪혔고 명주에게 당부의 말을 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그 상황이 반복되자 명주와 명은은 크게 싸우게 된다. 엉키기만 했던 생각들은 그들의 대화로 조금씩 풀려나가기 시작하고 그토록 알고 싶었던 존재에 점점 가까워진다. 과연 명은은 아버지를 찾아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을까.
아버지.
살아가던 일에 집중하던 두 사람에겐 아버지라는 단어는 거리감을 두게 하는 단어였다. 어쩌면 명은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명주에게 번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기억을 지우고 싶었던 존재에 대한 기억은 그 존재를 인정하자마자 내면에 스며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상황을 인정하기로 한 명주와는 다르게 명은의 마음은 조금씩 가까워짐을 느낀다. 모든 것이 자신의 의지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늘 함께 했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어떤 존재를 인정하기로 한다. 명주의 말대로 그저 살아가보기로 했다. 그토록 숨기고 싶어했던 가족의 존재가 이제는 선명해지며 세상에 닿는다. 이젠 세상의 기준이 끼어들 공간은 없는 것처럼.
모르는 게 약?
이 영화는 가족이라는 존재를 주어진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것 같다. 가족과 멀어지기로 결심한 명은조차도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났으니 말이다.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끝맺음을 하는 모습이 한국 사회의 '가족문화'를 그대로 답습하는 이질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들 가족의 해체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명확한 상황 설명보다 받아들이기로 한 이들의 모습을 오로지 '감정'을 통해 드러내는 과정을 바라보며 의문점으로 가득해졌다. 그저 타인일 뿐인 내가 그들의 사정을 이해하는 것이 무슨 상관인가 싶기는 하지만 영화를 보는 한 사람으로서 의문은 제기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단지 어른들의 선택으로 인해 상처를 가득 입고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이해를 바라는 모습이 가족의 형태를 꾸리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하기엔 일방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도 일정한 시간이 주어졌다면 조금 달랐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