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독전> 리뷰
2023년 11월 17일 <독전 2>가 넷플릭스에 공개되면서 자연스럽게 <독전 1>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해영 감독의 영화 <독전>은 2018년 5월 22일 개봉한 두기봉 감독의 <마약 전쟁>의 리메이크 작이다. 액션과 매력적인 캐릭터가 돋보이지만 전개의 미약함으로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기도 했다. 영화관에서 감상한 작품이긴 하지만 2편이 상당히 실망스러웠기 때문에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던 <독전>을 보기로 했다. 영화를 다시 볼 때는 8여분 정도 추가된 익스텐디드 컷으로 감상했으며 줄거리를 위주로 리뷰를 해볼 생각이다.
이 글은 <독전> <독전 2>에 대한 스포일러가 자세히 담겨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원호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체불명의 마약 조직 보스인 이선생을 쫓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무언가를 항상 잃어야 했다. 이번에도 수정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해야 했던 원호는 이선생을 반드시 잡겠다고 다짐한다. 수정이 죽기 전 남긴 단서를 제외하고는 이선생에 대한 정보는 전혀 알 수 없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이선생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그러던 어느 날, 폭발 사고가 일어나게 되고 이선생의 후견인이라 알려진 오연옥이 경찰서로 찾아온다. 이선생을 잡게 해주는 대신 자신을 보호해 달라는 것. 하지만 정보를 알기도 전에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되고 나머지 생존자는 서영락뿐이었다.
그는 바로 조직의 연락책을 맡고 있는 실무자이자 조직원이었다. 그래서 원호는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여러모로 설득하게 되고 끌어당기는 데에 성공하게 된다. 그리고 서영락은 이선생이 중국 진출을 위해 최근 얼굴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중국 최고 마약조직 보스인 진하림과 접촉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조직의 중간 관리자인 박선창과 함께 진하림과의 거래를 주도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원호는 박선창 대신 그 자리에 가기로 한다. 박선창이 진하림을 모르고 진하림은 박선창을 모른다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긴장되는 분위기 속에서 무사히 진하림과의 거래를 성사시킨 후 진하림으로 위장한 채, 박선창을 만나게 된다. 잠깐 본 진하림을 그대로 재현하며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지만 마약이라는 다음 단계로 진입하며 또 다른 위기에 봉착한다.
브라이언에 대해 조사한 바로는 이우해운 회장 이학승의 둘째 아들 이인무이며 현재는 기업에서 물러난 상태였다. 그의 사진을 보다가 수정이 남겼던 다잉메시지를 떠올리게 된다. 그 기호가 (∞) 이우해운 회장의 둘째 아들인 브라이언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사진을 통해 확신하게 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마약 제조에 들어간 서영락은 이선생에게 먼저 전달하기 위해 원호와 부하 형사를 만나게 되는데, 그때 진하림의 부하들과 보령이 나타난다. 그렇게 끌려와 정체를 눈치챈 진하림과 결투를 벌여 아지트를 겨우 빠져나오게 된다. 한편, 태안의 마약 공장을 진하림의 부하들이 습격하며 총격전이 벌어졌고 남매가 설치한 폭탄이 터지며 동료 경찰 형사가 죽게 된다. 여전히 영락에게 도움을 받으려는 원호로 인해 갈등을 맺지만 이선생을 마침내 잡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용산역으로 향한다.
브라이언과 마주하게 된 원호는 오랜 시간 동안 추적했던 상대였던 만큼 브라이언이 이선생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그 과정에서 분명하게 브라이언이 이선생이 아니라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경찰은 브라이언을 이선생으로 지목하여 체포된다. 하지만 그 사실에 만족할 수 없어 이선생을 끊임없이 추적하겠다는 원호의 뜻과는 다르게 브라이언이 이선생으로 마무리 지으려는 모습에 실망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경찰증을 반납하고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 그곳을 떠난다. 그리고 영락이 머물러 있는 설원에 도착해 그토록 찾았던 영락과 마주하게 된다. 몇 마디의 대화와 총성이 들리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많이 보여주지 않아서 더욱 명확한.
<독전>은 이선생을 중심으로 한 인물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를 추적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큰 테두리로 서영락, 진하림, 브라이언, 그리고 다시 서영락으로 돌아오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결론적으로 영화는 다시 봐도 매력적이다. 허점이 드러나는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이선생이 누구인지 추적하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 특히 원호와 영락의 관계로 ∞ 무한대로 이어지는 허무함과 무의미함이 더욱 짙어지게 만드는 설정이 매력적이게 느껴진다. 영화의 결말에 따른 여러 가지 해석이 있었지만 나는 원호가 서영락을 총으로 쏴 죽였다는 결말로 해석했다. 비로소 자신이 그토록 쫓던 서영락을 자신의 손으로 처단함으로써 자신의 임무를 다 마쳤지만 그 허무함을 표현할 길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마지막 장면을 통해 드러낸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자신의 분노와 허탈함을 서영락에게 표출하였으며 동시에 마약과의 전쟁을 끝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다. 어떤 결말이라 하더라도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씁쓸함이 감도는 마무리였다.
독전과 독전 2의 비교
이선생을 추적하는 과정이 <독전 1>에서는 매력적인 부분이었던 반면, <독전 2>에서도 이어진다는 점이 좀 지루했다. 영화의 공백을 채우기 위함인 것은 알지만 설정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바뀐 부분으로 인해 지나친 설명이 독이 됐다. 기존설정을 모두 뒤엎으면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붕괴로 인해 1편과 2편 사이의 상당한 괴리감이 생겼다.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한 건 서영락, 진하림, 그리고 주인공인 조원호다. 우선, 서영락은 이선생이 아니며 자신의 가족의 복수를 위해 쫓아다녔다는 설정이다. 1편의 반전과 엔딩이 전혀 다르며 이선생을 사칭한 브라이언에게 분노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게 되었다. 무엇보다 <독전 1>에서는 복수심을 표출한 장면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복수에 대한 허무함이 결말에 드러났지만 복수서사를 쥐어줌에 따라 1편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 되어버렸다. 두 번째는 진하림이다.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될 인물이지만 2편에서는 이선생의 측근으로 등장한다. 밖의 출입을 꺼리는 1편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며 이선생을 사칭하는 처단하는 해결사다. <독전 1>에서는 끝까지 의심하고 원호의 정체를 알아낼 정도로 치밀한 모습을 보여줬으나 <독전 2>에서는 그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는 원호이다. 책임감 강한 모습으로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했던 1편과는 다르게 민폐 캐릭터로 등장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독전의 일반판에서는 총성으로 끝나지만 익스텐디드 컷에서는 피가 묻은 원호가 집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독전 2에서는 그 과정을 명확하게 드러내며 원호의 죽음을 알린다. 어떤 것도 얻지 못한 채, 범죄자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설정으로 인해 결말에 대한 의문을 해소했지만 억지로 맞춰 영화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독전 2>를 감상하고 나니 많이 보여주지 않아 또렷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아래는 독전 2에 대한 리뷰이다.
https://brunch.co.kr/@mindirrle/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