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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Aug 28. 2023

더 이상 두렵지 않을 죽음이라는 단어를 마주하다.

영화 <강변의 무코리타> 리뷰


 <강변의 무코리타>는 오기가미 감독의 신작으로 8월 23일 개봉한 영화이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으로 120분의 상영 시간, 12세 관람가이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며 작지만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는 영화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바라본 그들의 시간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느긋하고 따뜻한 무코리타의 공간에서 살아가는 남이지만 가족이 되어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담아냈다.



무코리타에 닿은 야마다.

야마다라는 청년이 한적한 어촌마을에 들어서고 오징어 젓갈 공장에 취직한다. 공장 사장은 그저 버텨주기만 하면 된다며 성실히 일하는 야마다를 독려한다. 공장일이 끝나면 갈 곳이 없었던 이 청년에게 무코리타 하이츠라는 공동 주택을 소개해주며 그곳에 머물 수 있게 해 준다. 오래된 집이지만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에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게 된 야마다는 일이 끝나 집으로 돌아오면 우유 한 잔을 마시고 찰진 밥에 소소한 반찬으로 맛있게 밥을 해 먹는 소박한 일상을 시작한다. 하지만 자칭 미니멀리스트 이웃 시마다가 등장하며 야마다의 경계선을 거리낌 없이 넘나 든다. 어딘가 무례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이 사람은 소소한 것이 주는 행복을 알려주며 야마다의 차가운 공간을 익숙함이라는 온도로 채워간다.



아버지의 죽음, 타인의 죽음.

어느 날, 기억조차 나지 않는 아버지의 죽음을 알게 되고 이웃 시마다의 설득으로 아버지의 유류품과 유골을 수습하게 된다. 잊고 살았던 아버지가 고독사로 이웃에게 발견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내면에 응어리진 감정이 휘몰아치는 감정을 뒤로한 채, 유골 단지를 집에 모셔두게 된다. 아버지의 죽음이라기엔 멀고 타인의 죽음이라기엔 가까운 일들은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아버지의 흔적을 통해 자신의 휘몰아치는 내면을 마주하게 된다. 마냥 불길하기만 했던 죽음이라는 단어 속에서 저마다의 속도에 맞춰 추모라는 형태로 죽은 이들을 기린다. 서로가 겪었던 죽음은 더 이상 껄끄러운 형태의 단어가 아닌 상실과 또 다른 시작을 바라볼 수 있는 회복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시간 속에서 이들의 무코리타 하이츠는 따뜻했다.



새로운 출발과 고난.

야마다는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해 이곳에 왔지만 모든 것이 쉽지 않았다. 타인과의 교류와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오로지 자신이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자칫 버거울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해나가기 시작한다. 과거의 일이 자신의 발목을 잡으며 예전과는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마주하는 것도 물론 그가 감당해야 할 문제였다. 차가운 시선을 견디는 것이 두려울 때도 있었지만 그 사연을 알면서도 그대로 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되새긴다. 과거의 일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앞으로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방법 밖엔 없었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증명하고 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면 그걸로 충분한 거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강변의 무코리타.

죽음은 언제나 우리가 살아가는 삶과 맞닿아 있지만 가까워지면 꺼려지고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가까운 곳에서 죽음을 경험하고 그 감정을 공유하며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에 한정하지 않고 강변의 사람들도 모두 가족이 된다. 그저 낯설고 고립된 것 같던 이들이 죽음에 따른 '상실'을 공유하며 점차 변화해 간다. 그리고 그들은 극도로 부르기 꺼려지는 명칭에 추모라는 따뜻한 기억을 새기며 이곳에서는 다르게 흘러가는 무코리타 하이츠가 남는다. 이유 없는 사연은 없다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좀 듣고 싶어 진다. 개인으로 흩어진 도시의 무정함에 지친 사람들에게 따뜻할 영화 <강변의 무코리타>였다. 삶이 영화와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영화의 제목인 무코리타란 불교에서 파생된 단어로 일상적으로 쓰이지 않는 시간 개념이다. 하루를 1/30일로 나눠 약 48분을 나타내는 말이다. 노을빛으로 가득한 하늘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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