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와 연결되지 않는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뒤쫓다.
영화 <한 남자> 리뷰
히라노 게이치로의 동명 소설 원작인 영화 <한 남자>는 이시카와 케이 감독의 2023년 8월 30일 개봉한 일본 영화다. 죽은 남편이 사실 다른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정체를 알 수 없어진 한 남자 X에 대한 추적 미스터리 영화이다. 뛰어난 주제 의식과 연출을 통해 2023년 일본 아카데미상 작품상 수상뿐만 아니라 총 8개 부문을 휩쓸었다. 탄탄한 이야기 전개뿐만 아니라 배우진들의 놀라운 연기를 통해 더욱 몰입감 있게 즐길 수 있어 122분이라는 긴 상영 시간임에도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다.
소중한 사람들을 한 번에 떠나보내야 했던 리에는 벗어날 수 없는 슬픔에 매몰된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다. 문구점을 열고 손님을 맞이하던 리에는 낯선 청년이 미술용품을 구매하는 모습을 보며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찾아오던 청년과 서서히 가까워지고 감정을 공유하며 사랑에 빠지게 된다. 성실하면서도 착한 그 남자는 바로, 다이스케. 그와 가정을 꾸리며 아이도 낳고 화목한 가족의 모습을 하며 하루하루 행복한 생활을 즐겼다. 하지만 어느 날, 다이스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며 모든 것이 달라진다. 1주기가 지나고 묫자리를 정하는 일로 남편의 형과 연락이 닿은 것이다. 다이스케의 형은 죽은 남편의 사진을 보며 이 사람은 자기 동생이 아니라고 한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다.
한순간에 자기 남편이 아니게 된 '다이스케'는 대체 누구인 걸까. 나는 도대체 누구를 사랑한 거지? 그렇게 어디에서도 알 수 없었던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었던 리에는 변호사 키도에게 신원 조사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리에의 시선에서 키도의 시선으로 옮겨가며 다이스케로 추정되는 X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녔던 X와 다이스케와의 연결고리는 알면 알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그렇게 추적할수록 X에 대한 생각은 일상에서도 파고들기 시작한다.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피어오르며 마무리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굳어진다. 누가 뭐래도 이 한 남자에 대한 정체를 파헤치다 보면 나에 대한 결론도 나오지 않을까 봐 라는 생각이 밀려온다. 설령, 자신의 일상이 삐걱거린다고 해도.
한 남자와 금지된 재현
영화 <한 남자>의 포스터에서도 볼 수 있는 르네 마그리트의 <금지된 재현>은, 이 영화의 주제와 참 닮아있다. 사진 속의 그림에서 거울을 바라보는 남자가 있지만 거울에는 얼굴이 아닌 그 사람의 뒷모습을 비추고 있다. 현실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모순이기 때문에 어떤 해석에 따라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작품이었다. 예술적 허용을 통해 숨기고 싶은 것들을 금지된 재현으로 실현하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처럼 영화에서도 모든 것을 드러낼 수 있는 '거울'을 이용한다. 하지만 뒷모습만 쫓을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을 통해 한 남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하게 됨에 따라 '금지된 재현'을 허용하게 되는 과정을 표현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나 어떤 단어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이 보통의 기준에서는 당연하지만, 그것이 인간의 한계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온전한 자신을 결정하는 혼란에서 정해지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며 앞만 바라보고 있던 남자가 '한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게 되는 장면이 인상 깊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고, 우리는 늘 우리가 보는 것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궁금해한다
우리가 바라보는 한 남자.
한 사람을 구성하는 정체성, 일본 사회의 문제를 깊게 다루며 더욱 몰입감 있는 작품이 만들어졌다. 원작 소설에서는 '자발적 실종'과 '재일 교포'에 대한 내용을 다뤄냈는데, 영화에서는 일본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자발적 실종'에 초점을 둔 것 같다. 소설을 영화로 옮겨내며 덜어내는 과정을 통해서 영화가 중점으로 두어야 할 장면들을 명확하게 표현하여 중요한 부분들을 부각한다. 그리고 한 남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을 통해 가장 자신이 되고 싶었던 이상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게 된다. 그것이 어떤 한 남자를 가리키고 있을지는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적어도 여기에 나오는 한 남자는 선명하게 '자신'이 되었다.
아래는 원작 소설 <한 남자> 리뷰 링크이다.
[책 리뷰] 한 남자 - https://mindirrle.tistory.com/m/9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