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발레리나> 리뷰
이충현 감독, 전종서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영화 <발레리나>는 2023년 10월 6일 공개되었다. 뮤직비디오와 같은 느낌이 나는데, 전체적으로 영상미가 돋보이며 힙한 음악이 잘 어우러지는 영화다. 청소년 관람 불가의 등급다운 액션을 보여주며 끝없는 추적을 해나가는 복수극이다. 단순한 전개 구조를 비롯하여 다소 부족한 서사와 개연성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볼 이유는 '전종서'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전종서의 매력이 돋보이는 화려한 액션 활극으로 전종서의, 전종서에 의한, 전종서를 위한 영화이다.
중학교 동창인 민희와 옥주는 오랜만에 만나 더 반가운 모습으로 막역한 사이가 된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며 깊은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바쁜 일상으로 소원해질 때쯤 민희의 전화가 걸려와 자신을 찾아오라는 말을 건넨다. 옥주는 한걸음에 민희를 찾아가지만 복수해 달라는 쪽지를 남긴 채 이미 목숨을 끊은 상태였다. 그렇게 소중한 친구를 죽음으로 몰아간 인간을 쫓으며 본격적인 복수를 시작하게 된다. 과연 옥주는 민희를 대신하여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여기서 발레리나는 영화의 제목이자 옥주의 친구인 민희의 직업이며 끊임없이 날아오르고 싶은 욕망이 담겨있다. 하지만 타인의 욕망에 의해 깊고 넓은 바다에 가라앉아 버린 많은 사람들의 꿈으로 반영되는 단어로 쓰였다. 가해자에게 있어서 이름 대신에 직업으로서 표현되고 성적욕망으로 이용되는 '약점'이나 다름없었다. 그 약점을 이용하여 협박했고 사람이 아닌 물질로만 봤다는 점이 가장 악질적으로 느껴졌다. 가장 그들을 괴롭게 했던 대상을 사라지게 만들었지만 복수극이지만 통쾌하지 않은 이유는 피해가 사라지지 않은 피해자들의 잔상이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없애고 피해자들을 끊임없이 괴롭히던 기록들을 불태웠다면 좀 더 통쾌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래도 더 이상 악역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점이 가장 좋았다. 그저 가치 없는 말을 끊어내며 더 이상 악역의 변명을 허용하지 않는다. 지금 사회에 가장 필요한 관점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충현 감독이 표현하고 싶은 전종서는 이런 사람이구나를 느낀 영화였다. 관계를 소중히 여길 줄 알면서도 내면이 강한 사람. 옥주는 물론 외로운 사람이지만 그것을 무기로 쓰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친구를 위한 복수를 한다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다만, 옥주의 서사가 많이 나오지 않는 점이라던지, 옥주와 민희의 관계성이 짧게 드러난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졌다. 그래서 옥주가 복수를 위해 목숨을 걸을 정도의 관계인지는 갸우뚱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며 펼쳐지는 복수극이 흔하게 쓰이는 여성 서사의 주제를 그대로 따라가지 않는다는 점이 괜찮게 느껴졌다. 지나친 감정 몰입이나 모성애로 인한 감정 변화가 없었다는 게 가장 좋았다. 길복순, 마이네임, 발레리나의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그야말로 어벤저스일 것 같다. 초능력을 따로 부과하지 않아도 영화의 픽션 안에서 마땅히 이루어질 수 있는 액션과 원거리에 더 강한 부분이 액션으로 자리 잡아있어 더욱 인상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