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라워 킬링 문> 리뷰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플라워 오브 킬링 문>은 제76회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대되어 9분간의 기립 박수를 받은 작품이다. 그의 페르소나인 로버트 드니로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만나 더 화제였다. 영화는 오세이지족의 연쇄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FBI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원작 소설 데이비드 그랜 작가의 <플라워 문>을 영화화하였다. 잊혔던 미국의 어두운 역사를 반추하는 영화로 10월 19일 개봉했다.
축복인가? 저주인가?
그들은 백인의 것들을 다 받아들이기로 결심했지만, 전통을 잃을 것이라는 생각은 그들로 하여금 슬픔으로 잠식되게 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그들의 자발적인 결정이 아닌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는 상황이- 결정했다는 사실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검은 황금은 그들에게 부를 가져다준다. 부유한 삶을 즐기게 된 오세이지족은 타인의 부러움을 샀으며 당시 가난했던 백인 남성들은 오세이지족 여성과의 결혼을 통해 신분 상승을 꿈꿨고 어니스트 또한 그랬다. 몰리는 그런 의도를 알면서도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어니스트 또한 몰리를 사랑하지만, 그는 끊임없이 탐욕과 사랑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악행을 저지르게 된다.
코요테들의 습격.
그 당시 백인들은 인디언들을 보호받고 지배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우월감에 고취되어 있었다. 그래서 백인들은 일명 '보호구역'으로 밀어내는 강제 이주 정책을 통해 원주민들을 밀어냈다. 하지만 오세이지족은 새로 정착한 곳에서 터진 석유로 인해 부유함을 얻었고 백인들은 오세이지 족이 일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는 논리로 세이지족들을 갈취한다. 국가는 후견인 제도를 통해서 그들의 돈을 통제했고 백인들은 강도질을 통해 그들의 돈을 빼앗아 갔다. 하면 할수록 죄책감은 덜해지고 당연하다고 여겨졌다. 이미 시작된 코요테의 습격은 모두를 잠식하여 마지막을 노리고 있었다. 의문의 죽음은 한참 전부터 시작되고 있었지만 사회 시스템의 부재로 수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죽하면 '오세이지족을 죽이는 것보다 개를 발로 차는 쪽이 유죄를 받기 더 쉽다'라고 하겠는가. 그리고 몰리의 가족들에게도 죽음의 그림자가 닥쳐오기 시작한다. 수사에는 진전이 없었고 살인사건은 계속 일어났으며 이제는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다.
범인은 바로 당신이야.
영화는 어니스트 버크하트를 비롯한 백인들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몰리가 간파한 정착 하고 싶어 하는 그의 마음은 사랑으로 이어지지만, 막강한 삼촌의 지시는 그로 하여금 악행을 저지르게 된다. 범죄의 조력자가 된 것이다. 윌리엄 킹 헤일은 거대한 권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세이지 족의 신뢰를 한 몸에 받는 사람이었다. 그는 어니스트를 이용해 몰리네 집안의 재산을 가지기 위해 장대한 계획을 세우게 된 것이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했던가. 영원할 수 없는 살인의 끝에 덜미가 잡히며 그의 악행도 끝이 나게 된다. 어니스트는 용서를 빌며 깨끗해졌다고 믿으면서도 사실을 온전히 털어놓지 않는다. 또한, 이를 반영한 결말은 변하지 않는 미국의 현실을 반영하듯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덧붙인다. 야만인은 과연 누구인가.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인가. 아니면 자본을 위해 타인의 것을 착취하는 이들인가. 범인은 어쩌면 그들뿐만 아니라 그에 동조한 미국 자체일지도 몰랐다. 되찾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용서는 무의미한 것인지 몰라도 끊임없는 반성은 의미 있는 일이다.
제목 플라워 킬링 문에 대한 논란.
제목에 대한 논란이 상당한데, 원작 소설에 나오는 부분을 인용하여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려 한다. 원제는 KILLERS OF THE FLOWER MOON으로 5월에 뜨는 달의 살인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오 세이지 족 인디언들은 5월을, 꽃을 죽이는 달의 시기라고 부르기 때문에 킬링 오브 더 플라워 문으로 표기해야 맞다. 한국에서의 FLOWER KILLING MOON는 '꽃을 죽이는 달의 살인자들'이 아닌 '꽃을 죽이는 달'이 되어버린다. 영화 제목이 너무 길어져서 줄이게 된 건지, '달'을 동음이의어로 쓴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제목이 상당히 아쉬웠다. 플라워 킬링문이 5월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으니, 5월과도 같은 오세이지의 비극적 운명을 이렇게 축약한 걸까.
불안할 정도로 커다란 달 아래에서 코요테들이 울부짖는 5월이 되면 자주달개비, 노랑데이지처럼 키가 더 큰 식물들이 작은 꽃들 위로 슬금슬금 번지면서 그들에게서 빛과 물을 훔쳐가기 시작한다. 작은 꽃들의 목이 부러지고 꽃잎들은 팔랑팔랑 날아간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땅속에 묻힌다. 그래서 오세이지족 인디언들은 5월을 꽃을 죽이는 달 (flower-killing moon)'의 시기라고 부른다.
원작 소설과의 비교.
영화의 시점은 어니스트 버크하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반면, 원작 소설에서는 몰리 버크하트와 톰 화이트를 중심으로 하고 있어서 또 원작과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소설은 오세이지족 연쇄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하여 그로 인해 탄생한 FBI에 대해 상세하게 보여준다. 반면, 영화는 백인들의 폭력과 착취를 그려 그들의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변명을 늘어놓는다. 무엇보다 상영시간이 3시간 26분에 달하지만, 그가 표현하려는 이야기에 비해 밋밋하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원작 소설과 같은 흐름으로 갔다면 좀 달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건, 들을 필요도 없는 가해자의 변명이 상세히 나와 있지 않기도 했고 과연 범인이 누구일까 추리하는 과정에서 오는 쾌감 때문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부분을 느껴야 하는 구간이 처음부터 시작되다 보니 좀 재미가 반감되었고 영화 전개 내내 자기 합리화하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었다. 또한 어니스트가 실제로 몰리를 사랑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영화는 백인의 폭력과 착취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며 백인이 과오를 반성하는 과정을 그린 것 같으나 그로 인해 재미와 긴장감을 잃어버렸다. 물론 장황한 만큼 많은 것을 놓친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꼭 원작 소설을 감상하기를 당부하고 싶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어니스트 버크하트가 아닌 원래 캐스팅되었던 톰 화이트 역할을 맡았으면 어땠을지 정말 궁금해졌다.
해당 책의 리뷰는 아래의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https://mindirrle.tistory.com/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