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리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10월 25일 개봉했다. 10년 만의 장편 애니메이션이자 은퇴 번복작으로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정보 외에는 어떠한 정보도 없었던 터라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전작과는 다르게 어두운 분위기로 장식된 영화는 이때까지 작품에서는 들려주지 않았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았다. 영화는 감독의 내면을 투영하는 거울이다. 감독은 자신의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영화에 담아낸다. 그래서인지 곳곳에 새겨진 인생의 모습은 부끄러운 감정 속에서 피어났지만 깊은 울림을 가져다준다. 한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의미와 운명의 무게를 묻는 작품이다. 그가 들려준 마지막 이야기에 당신은 어떤 답을 할 것인가. 답은 정해지지 않았다. 누군가가 정해주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당신의 안에서 결정지을 수 있다.
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엄마를 잃고 전쟁의 영향으로 도쿄를 떠나 우츠노미야시로 내려간다. 그곳은 아버지의 재혼 상대이자 죽은 어머니의 친동생인 이모 나츠코의 저택이 있는 곳이었다. 그 상황이 혼란스럽고 외로운 마히토는 학교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한다. 그런 와중, 왜가리가 계속 주위를 맴돌며 엄마를 만나게 해 주겠다는 말을 건넨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나츠코를 찾기 위해 출입이 금지된 오래된 탑으로 들어간 마히토는 기괴한 중년 남자의 얼굴을 한 왜가리를 따라 함께 모든 경계가 허물어지는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 현재와 과거, 삶과 죽음의 경계선이 없는 이곳의 정체는 뭘까?
삶과 죽음 사이의 공존.
끊임없는 생명의 탄생과 살아가기 위한 발악은 대조적이지만 삶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같아 보인다. 저마다의 간절함이 있기 때문에 '행동'하는 것이며 그 간절함은 때론 추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나의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삶의 형태이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고, 때로는 고통스럽기도 하다. 삶은 끊임없이 질문과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이러한 질문과 모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아가야 한다. 감독은 이러한 삶의 본질을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 그는 우리에게 질문과 모순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어디에나 이어져 있을 삶을 되돌아보며 개인의 내면과 영화 자체에 대한 생각이 투영된다. 아마 감독도 자신의 근원에서 끊임없이 펼쳐 나오는 모순과 수없이 싸워왔을 것이다. 여전히 결론짓지 못한 생각을 환상으로 감춰 보아도 수없이 쏟아 나오는 생각을 도저히 막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어쩌면 스스로 상처를 냈던 마히토처럼 외면하고 싶은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근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자신의 영화 속에서는 끊임없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안주하지 않고 작품을 통해 소용돌이를 그려내고 이제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언급한다.
쓰러진 탑에서 이젠 벗어나야 할 때.
이번 영화는 사실 좀 어려웠다. 수많은 상징과 비유가 있지만 뭔가 끼워 맞추기가 될 것 같아서 더욱 쉽지 않았다. 그래도 분명한 건 아름답지만 어디에도 보여줄 수 없는 추한 감정과 갈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꺼내보이지 않은 마음을 훔쳐본 것 같은 이야기는 끝없이 화면 속으로 빨아들이는 매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아름다움으로만 덮여있지 않아서 좋았고 때론, 보여주고 싶지 않은 솔직함 마저도 담담해 보였다. 다만, 시대적 배경에서 느낄 수 있는 불편함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어떠한 정보가 없어서 도쿄 대공습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는 것도, 군수 공장으로 떼돈을 번 아버지를 둔 주인공이라는 것도 알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해당 내용이 좀 버겁게 느껴졌다. 해석의 방향에 따라 달라질 이야기에도 그 모호함을 한 번에 알아차리기엔 한계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한다면 영화 자체에 무의미하며 회의적인 시선도 따라올 수밖에 없다. 그들이 영광으로 생각했던 과거의 세계는 무너졌지만 잊어서는 안 되는 현실이다. 욕망으로 자신의 세상을 무너 뜨리고도 여전히 반성하지 못하는 부끄러움은 오롯이 그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