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용감한 시민> 리뷰
박진표 감독의 신작 영화 <용감한 시민>은 10월 25일 개봉했다. 액션 드라마 장르의 15세 관람가이며 웹툰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신혜선 배우와 이준영 배우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로 wavve 오리지널 한국 영화로 제작되어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끝없는 학교폭력 문제와 해결되지 않는 현실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여겨지고 있다. 세밀하게 다뤄져야 할 학교폭력을 영화에서는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해졌다.
학교 앞에 대문짝만 하게 새겨져 있는 학교폭력 없는 학교라는 문구의 현수막과는 다르게 교실의 한 구석에는 폭력으로 물들어 있었다. 교내의 선생님도, 학생들도 모른 채 하는 이 현실은 악마로 불리는 한수강을 주축으로 괴롭히는 수위가 점차 높아지며 선을 넘어버린다. 절대 권력이라고도 불리는 이 학교에 들어오게 된 소시민은 정교사를 꿈꾸는 기간제 교사이다. 자기 앞가림하기에도 바쁜 시민은 전직 국가대표 복서였던 모습을 감추고 조용히 살아간다. 불의를 봐도 참겠다는 다짐과는 달리 한수강의 폭력 행위는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만든다. 더군다나 학교 폭력 피해자인 진형의 살려달라는 말을 들었는데, 어떻게 무시할 수 있겠는가. 고양이 가면에 자신의 얼굴을 숨기며 반성할 줄 모르는 한수강을 응징하며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다.
잘못한 사람이 처벌받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가 떠나야 하는 현실을 반영하듯 영화는 폭력으로 물든 교실을 재현해 낸다. 이유 없이 그저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피해자를 폭행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었다. 부모의 행동과 닮아 있는 가해자의 모습과 어른들의 방관은 문제를 키워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처럼 현실의 문제와 다를 바 없는 상황이 답답하게만 여겨진다. 아이들의 문제에 '법'과 '돈'이 끼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흘러간다. 힘이 없는 피해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당해야 하고 힘이 있는 가해자는 자신의 힘을 믿고 끊임없이 악행을 저지른다. 학교에서도, 경찰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했던 피해자는 그 상황이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정면으로 마주한다. 그리고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폭력에 도움을 청하게 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절대적인 권력의 상징인 한수강을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는데, 고양이 가면을 한 남자(?)가 나타나 천하의 한수강을 무너뜨린다. 고양이 가면에게 호되게 당한 한수강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주변에 끊임없이 뱉어낸다.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한수강을 고양이 가면은 해결할 수 있을까?
얼렁뚱땅 흘러가는 전개.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피해자가 겪는 학교 폭력의 과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하여 피해자를 전시하는 듯한 연출이 불쾌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고통을 재현하지 않고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충분히 많은데도 영화는 폭력을 재현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후반의 한방을 노렸다기엔 통쾌하지 않다. 사건을 해결하는데,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피해자의 고통에 비해 미약하다. 어떤 조력자도 없이 오로지 한 명의 주인공으로 사건을 해결하면서도 정면 승부에 나서는 모습은 아무리 만화적 요소라 하더라도 힘에 부친 듯 보였다. 이왕 만화의 판타지적 요소를 이용하며 '참 교육'을 할 거라면 더욱 화끈한 응징을 통해 통쾌한 사이다 한방을 날렸어야 했다. 그동안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학교에서 절대 권력을 누려왔는데, 고양이 가면을 쓴 소시민의 몇 번의 응징만으로 그를 무너뜨리는 것은 동화적 결말과도 같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가해자의 모습보다 피해자의 용기를 드러내며 더 이상 변명을 들어주지 않았지만 그 이상의 이야기를 해내지 못하는 미약함에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