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드레 Nov 03. 2023

당신이 알려준 녹색의 세상에서 자유를 펼쳐내다.

영화 <녹야> 리뷰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과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된 것뿐만 아니라 여러 영화제에서 호평을 얻고 있는 영화 <녹야>는 11월 1일 개봉했다. 반복된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한 여자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여자가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중국 영화로 판빙빙이 한국어를 하고 이주영이 중국어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이다. 그것만으로도 볼 이유가 충분하다.



우연한 만남이 가져다준 새로움.

중국에서 건너와 인천 여객터미널 보안검색대에서 근무하는 진샤는 남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일상에 지친 진샤는 초록머리 여자를 만나게 되면서 모든 것이 달라진다. 밀매상인 초록머리 여자와의 첫 만남은 좋지 않았지만 그 뒤로 이어지는 인연은 다른 미래를 꿈꾸게 만들었다. 자유로운 인생을 사는 줄만 알았던 초록 머리 여자는 사실 남자친구에게서 벗어나지 못해 괴로워하고 있었다. 한편, 남편으로부터 무자비한 폭력에 시달리는 진샤를 초록머리가 구해주면서 둘의 관계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게 된다. 함께하기로 결심한 두 사람은 사랑과 우정 사이의 그 미묘한 선을 넘나 들며 서로에게 깊게 빠져든다.



현실감이 드러나는 척박한 배경이나 그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아름답게 느껴진다. 벗어날 수 없는 현실과 대비되는 풍경이라 그런지 서글퍼지기도 했다. 한국이라는 공간에서 이방인처럼 여겨지는 두 사람이 어떠한 동질감을 느끼며 가까워지고 우정과 사랑, 그 이상의 것을 탐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특히 진샤에게 있어서 처음으로 주체적으로 욕망을 욕망한다. 무의미하게 여겨지는 시간도 물론 존재했지만 초록 머리 여자로 인해 내면의 많은 것이 바뀐 것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는 장면에서 변화한 모습이 잘 드러났는데, 그들이 나누고 있는 사랑에 대한 표현이 세밀하게 표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약간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들로 하여금 사랑을 느끼게 된 부분이 좀 더 길었다면 감정에 잘 스며들 수 있었을 것 같아 아쉬웠다. 사랑엔 개연성이 필요 없을지도 모르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는 보여줘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빙빙 배우와 이주영 배우의 케미는 영화 속의 등장인물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여겨지게 만든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그들은 과연 서로를 구원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